이번 논문은 학술출판을 내부적 환경과 외부적 환경으로 나눠 전문인력 상황, 정책과 제도, 사회적 상황을 두루 살펴 학술출판의 당면 현실을 체계적으로 그려낸 것.
예전부터 지적돼 온 것이지만 학술출판은 총체적 난국이다. 예일대 출판국장이었던 체스터 커는 학술출판에 대해 “우리는 최대의 비용을 들여 최소 부수의 책을 출판한다. 그리고 그것에 최고의 정가를 매겨서 최저의 구매력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팔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학술출판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를 방증해주는 것.
“교수님들이 논문은 많이 쓰는데, 강의교재는 안 쓰려고 합니다. 여기에다 불법복사는 끊이질 않으니 골치가 아픕니다.”
강 대표의 첫마디다. 그는 요즘 강의법이 많이 달라져서, 교재를 여러 권 선정하는 교수들이 많아 학생들이 더욱 책을 사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이래저래 대학교재 출판사들이 입맛이 쓰다.
현재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강 대표는 예전부터 이런 현상을 바꿔보려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뛰었던 이다. 복사전송권센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개입했고, 불법복제 단속활동에도 열성적이었지만 복제는 갈수록 심해져만 간다.
그는 “최재천 서울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복사본을 절대 못 보게 합니다”라고 말을 잇는다. “대학생이 불법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차라리 교재를 사지 말라고 하죠”라고 전한다. 학술서 시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책과 지식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 교수들이 이런 데에 적극 나서줬으면 하는 것이 강 대표의 바람이나 그렇다고 그가 “요즘 교수들이 학생들 눈치 보는”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최근 대학가 불법복제 단속 및 관리는 올 4월 사단법인인 한국복사전송권센터에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로 넘어갔다.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은 좋지만 실제로 단속이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서 걱정은 두배가 됐다. 강 대표는 논문에서도 밝혔지만, 불법복제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도서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한다.
“교재로 사용하는 책이 1천부씩만 전 대학 도서관에 깔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면 불법복제는 사라”진다는 게 그의 생각. 하지만 갈수록 도서관의 장서구입비는 줄고 있는 상황. 대학도서관들이책값이 싸고, 할인율이 높은 책들을 선호하다보니 소량생산에 고가정책을 쓰는 교재들은 설 곳을 잃는다는 설명.
기금을 집행하는 데에도 그는 조언을 넣는다. 현재는 십진법 학문분류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정해져 일부 학문분야는 소외된다는 것. 경제학 분야가 대표적인데 경제학 교수들은 심사위원도 잘 맡지 않으려 해서 더욱 어렵다고 한다. 강 대표는 “최소한 다양한 학문분야 전문가들이 고르게 심사에 참가해 꼭 필요한 공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누락되는 책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