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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명강의: 박기철 경성대 교수의 ‘홍보기획’
우리대학명강의: 박기철 경성대 교수의 ‘홍보기획’
  • 이현정·조윤정
  • 승인 2005.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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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조윤정(경성대 3학년· 광고홍보학과)

뜬구름 잡듯이 허상의 크리에이티브에만 몰두하고 있던 철없는 우리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주신 분이 계시다. 바로 박기철 교수님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독특하고 특이한 광고를 만들면 된다는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전략적인 기획을 바탕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본질적 사고의 전환을 해주시는 분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첫 수업. 갑자기 교수님께서 ‘Benchmark’라고 쓰여진 하얀색 백지를 나누어 주셨다. 한 학기 수업을 듣기 전에, 학생들이 지금 가진 생각을 먼저 써보는 것이다. 학기말 마지막 수업 시간에 ‘Benchmark’에 쓰여진 자신의 글을 보고 “내가 불과 4달전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라며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박기철 교수님만의 특이한 교수법이다.

살아있는 수업시간

‘Benchmark’ 쓰는 것을 시작으로 한 학기 팀별 발표조를 짜고, 우리 학과의 주보를 만들 팀도 짰다. 첫 수업에 들어오신 교수님께서 한 학기 첫 시간에 이런 계획을 말씀하셨을 때 우리는 다들 소리를 지르며 할 일이 이렇게 많아도 되는 거냐고 불평을 해댔다. 하지만 우리는 뜨거운 강의실에서 수업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해냈고, 나는 한 학기 동안 정말 알차게 학교를 다녔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끼리 팀별로 준비한 과제에 대한 발표를 하고, 교수님의 그 해당 주제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나는 PR 활동에 있어서 위기를 맞았을 때 기업이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발제를 맡았다. 우리는 병원의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여러 가지 공중관계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교수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생기 있는 스토리 텔링식의 발표! 이것을 머릿속에 새기면서…. 사실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 나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를 참아야 했다. 발표수업이 많다고는 하나 준비를 도왔을 뿐 발표는 잘 맡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떨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스토리로 이야기를 하라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여 열심히 준비하였고 나만의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발표하였다. 발표 후 나는 큰 박수를 받았고 총명한 발표를 하였다는 칭찬도 받게 되었다. 발표 공포증! 이제 그런 거 뭔지도 모른다.

또 이 수업의 특이한 점은 우리가 이 수업 내용에 대한 책을 만든다는 것이다. 애초에 수업을 시작할 때 우리에게 하나의 일정한 교과서가 없었다. 해당 과제에 대해 우리들이 여러 곳에서 자료를 찾고 발표를 하면서 그 내용에 대해 이해하였고 교수님이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수업 마지막에 우리가 느끼는 이 PR 활동이라는 것에 대한 책을 만들어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후배들에게도 전달함으로서 죽어있는 지식이 아닌 살아서 꿈틀대는 교과서를 선물하게 되었다. 이로서 우리는 능동적으로 수업 참여하게 되는 살아 있는 수업을 하였다.

▲박기철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박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야 한다. 한달동안 읽은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하기 위해서다. ©

우리는 한 달에 한번 교수님 방에 간다. 엄숙한 분위기로 교수님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동안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거기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도 듣는다. 처음 교수님 방으로 찾아갔을 때 정말 놀랐다. 방 양쪽으로 서있는 커다란 책꽂이에 꽂힌 책! 처음에는 그 양에 놀라고 그 다음엔 그 속에 있는 밑줄들에 놀랐다. 평소에 우리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교수님다웠다. 나는 올해 일년에 책 1백권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이것은 교수님 방의 그 책들의 영향이 크다. 우리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면 광고 하나만 아는 절름발이가 되기 쉽다고 강조하신다. 그래서 우리 전공 외에 다른 분야의 지식도 평소에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을 넘어서 사고력을 키우는 공부를 위해 독서 토론회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교수님보다 목수님

어느 강의 시간에 박기철 교수님은 우리에게 폭탄선언을 하셨다. 자신은 ‘교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모두의 표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교수님의 말씀에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의아했다. 곧이어 그 뜻을 말해 주었고 듣는 순간 모두들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진정한 교수는 단지 가르침을 주는 교수(敎授)가 아니라 학생 한명 한명에게 보살핌을 주는 목수(牧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강의를 한다는 것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함에 그치지 않고 사고의 전환을 이루도록 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박 교수님은 우리들이 PR을 제대로 하기 위한 통찰적 사고를 일깨워 주시며 스스로 행동하는 능동적인 학생이 되도록 일방적인 수업(受業)이 아닌 나 스스로 행하는 행업(行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살아 숨쉬는 강의 시간, 강의 공간이 되게 노력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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