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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긴 산책이 상상력·창조 이끈다
고독한 긴 산책이 상상력·창조 이끈다
  • 유무수
  • 승인 2021.12.17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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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당장 써! Create Now!』 맥라우드 형제 지음 | 이영래 옮김 | 북드림 | 224쪽

문장만 깨곡한 슬라이드는 초고와 같다
학생 주목 끄는 비대면 강의를 고민하라

집에서 목욕과 강의를 동시에 함으로써 일석이조를 도모했던 H대 교수의 수업은 엉망이 되었다(「비대면 수업 ‘찰랑찰랑’ 소리, 욕조에 몸 담그고 있던 교수?」, <중앙일보>, 2021년 10월 28일자 참조). 비대면 강의의 화면에서 문장으로만 조성된 슬라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강의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책이나 짧은 이야기, 그래픽 노블을 쓸 때 상상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는 조언을 담았다. 저자들은 창작과정에서 지금 당장 할 일은 일단 앉아서 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희미하나마 쓰고자 하는 주제는 있어야 한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다. 첫 결과물은 원료이며, 그 다음에 그 원료를 어떻게 더 멋진 무언가로 탈바꿈시킬 것인지 계속 상상을 다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쓰든 무조건 두 쪽을 써보기,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서 몇 집을 둘러보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며보기, 매일 습관적으로 걷던 길에서 반드시 평소에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아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걷기 등은 상상력 활성화를 위한 시도일 수 있다. 저자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산책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브렌다 유랜드도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에서 창조적인 생각은 고독한 긴 산책 끝에 오더라고 고백했다. 멋진 작품의 배경에는 상상을 정교하고 풍부하게 투입시키려는 고뇌와 절차탁마가 있었다.

가르 레이놀즈는 『프리젠테이션 젠』에서 “발표 시간 내내 문장으로 가득한 슬라이드 화면을 보여주는 게 별 효과가 없으리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면 강의에서 노트북 펼쳐놓고 부지런히 강의 타이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채팅으로 바쁜 학생도 다수인 판국이다. 문장이 빽빽한 슬라이드는 ‘초고’와 같다. 거기에 더 멋진 무언가로 다듬는 상상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정돈되지 않은 수강생의 의식은 다른 흥미를 찾아 배회하기 쉽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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