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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전문가가 되기까지 두 번의 터닝포인트
보안전문가가 되기까지 두 번의 터닝포인트
  • 최상훈
  • 승인 2021.12.1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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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최상훈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박사과정생(수료)

나의 보안 분야의 첫 발걸음은 2000년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당시에는 시스템 보안이라는 분야가 크게 확립되기 이전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 열심히 키우고 있던 게임의 계정이 해커에게 탈취당했고, 해커에게 복수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컴퓨터 보안에 대한 윤리가 잡히지 않았던 나의 시작은 악의적인 행위였다. SW 취약점을 찾아 악용해 핵을 만들거나, 크랙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온라인에서 해커라고 불리며, 큰 관심을 받는 게 마냥 좋았던 거 같다.

그렇게 온라인에서 해커 생활하다가, 고등학교 1학년 무렵 첫 번째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나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사이버수사대의 조사받게 되었다. 정말 단순히 재미와 관심을 얻고자 했던 행동들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후 해커를 잡는 해커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때 내가 키우려는 씨앗의 종류가 결정되었다. 마냥 컴퓨터가 재미있던 나는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 보안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내 인생에 있어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인 지금의 지도 교수님을 만나게 된다. 지도 교수님은 당시 새로 부임한 교수님으로, 33살의 아주 젊은 교수님으로, 내 나이와 10살 차이밖에 나질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학부 시절 교수님과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대학교 정보통신팀의 의뢰를 받아 학교 시스템에 대한 모의 해킹을 진행했던 일이다. 이는 모두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이 글에서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너무 쉽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후 학사정보 시스템은 전면 교체되었다. 어느새 나의 머릿속은 깊은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교수님과 한배를 타게 되었다. 

나는 우리 연구실의 1기 학생이었기에 교수님과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나가야 했다. 교수님은 나에게 “함께 씨앗을 열심히 심어보고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가꿔보자”라고 하셨다. 처음 연구실이 생기고 씨앗에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필요했다. 교수님께서는 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과제를 따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주셨다. 같이 밤을 새우며 제안서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여러 개의 과제를 수주하게 되었다. 과제를 열심히 수행하다 보니 씨앗은 작은 식물이 되었다. 나는 자라난 식물들을 논문이라는 화분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는 나에게는 도움을 줄 선배가 없었기 때문에 교수님이 나의 친한 친구이자 선배였다. 처음 논문은 아직 꽃이나 열매가 자라지 않은 조그마한 식물이었다. 나는 그러한 식물조차 화분으로 옮기는 과정 매우 어려웠던 거 같다. 사실 여전히 어렵다.

교수님이 해주셨던 많은 얘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연구자는 사실 ‘종합예술가’라는 말이었다. 연구자들은 연구 결과의 꽃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논문이라는 화분을 이용한다. 논문은 전공지식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도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구 결과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글로 표현되어야 하며,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연구자는 연구도 잘해야 하고, 때로는 작가처럼 글도 잘 써야 하고, 화가처럼 그림도 잘 그려야 하는 종합예술가인 셈이다. 여전히 나는 노련한 종합예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교수님과 9년을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함께 수많은 씨앗을 심었고, 그 씨앗들은 전부 나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긴 시간 나무를 가꾸기만 하고, 자라난 열매들을 수확하진 않은 상태다. 어쩌면 지금에서야 수확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수많은 열매를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열심히 수확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나의 열매들이 어떤 이에는 지식의 양분이, 또 어떤 이에는 또 다른 묘목 또는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상훈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박사과정 수료

세종대 시스템보안 연구실 소속 연구원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과 AI 보안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가정보원이 주최하고 한국정보보호학회가 주관한 ‘2021 사이버안보 논문 공모전’에서 「iContainer: High-Performance Container Checkpointing for Secure and Robust Container Operation」으로 기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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