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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계간지 가을호를 펼치며
리뷰: 계간지 가을호를 펼치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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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삼성이 화두...구체적 대안 아쉬워

올 가을 계간지들은 ‘해방 60주년’이라는 역사적 화두와 ‘삼성공화국’이라는 핫이슈를 두축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황해문화’가 최근 자민당 압승으로 흥분된 일본열도를 차분히 살펴보고 있으며 ‘역사비평’ 역시 ‘동북아의 재편과 일본의 선택’으로 일본을 문제삼았다. ‘역사비평’은 또 다른 특집 ‘삼성의 힘, 삼성의 그늘’로 ‘삼성문제’를 학술적인 연구대상으로 부각시켰는가 하면, ‘문화과학’ 역시 소기획으로 ‘‘삼성공화국’을 해부한다’라며 삼성을 파헤치고 해체시키려는 데 힘을 쏟은 게 눈에 띈다.  

‘황해문화’는 바로 5년전 가을호에서 ‘패전 55년, 변하는 일본, 변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특집을 다루며 일본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냈었던 반면, 지금은 일본을 바라보면서 “절대 우려할만한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여러 층위에서 그 징후들이 포착되는데, △안보대국으로서 동아시아 지역패권을 회복하려는 보수세력의 급부상 △서양숭배·천황제·아시아 멸시라는 감정우위의 문화전통 △전쟁에 대한 무책임에서 발생한 긍정적 내셔널리즘이 현 신보수화 세력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 △구좌파의 우선회와 신좌파의 극좌화로 인한 진보진영의 몰락한 것 등이 그것들이다. 총 7편의 논문들은 전후 일본의 대응에서부터 정치제도, 내면적인 의식의 형성화까지 전부 포괄하면서 ‘변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혼란스런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한반도의 선택, 미국의 신보수주의, 한중관계 등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던 ‘역사비평’의 이번 초점 역시 ‘일본의 선택’에 모아졌다. 미일 중심의 MD체제로 구축되는 동북아 국제관계 구도는 황해문화가 제기한 문제와 통한다. 하지만 ‘일본의 동아시아론’을 파고 들면서 동아시아론을 논하는 연구단체와 조직들을 살피는 점은 차별성을 띠고 있다. 나아가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경제위기를 문제삼는데, 즉 ‘중국위협’으로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주도자로서 일본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의 이익만 좇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하며, 공공재를 공급하는 책임있는 역할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라는 대안제시는 복잡한 국제지형을 너무 이상적인 방안으로 마무리 짓고 있는 듯하다.  

‘역사비평’의 또 다른 쟁점은 ‘삼성문제’인데, 이제 변수는 ‘재벌’이 아니라 ‘삼성’이며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하려면 곧 ‘삼성’을 합리적·과학적으로 분석해야만 한다는 문제제기다. 즉 재벌이 아닌 삼성이 연구대상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인데, 그간 ‘삼성’에 대해 학문적인 자료 부족과 삼성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해 미뤄져왔던 기획을 이제야 지면화 했다. 각각의 필자들은 ‘삼성독재’의 현실과 개혁방향, 경제력과 성장의 그늘, 지배구조 등을 분석하고 있는데, 이들의 논리는 “삼성은 불량스러우며 삼성이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량스러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가권력의 태도나 주요 언론들은 삼성을 수면 아래에 감추고 도청만을 문제삼고 있다. 필자들은 이런 행태를 꼬집으며, “현재 구비된 볍률과 제도만으로도 충분히 삼성의 불법행위들을 제지하고 시정할 수 있다”라고 충언한다.

‘문화과학’의 ‘삼성공화국 해부’는 삼성의 경제력 뿐만 아니라 인적네트워크를 구체적인 자료를 동원해 분석하면서, 어떻게 삼성공화국을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 방안은 두가지인데, 국가사법기관의 견제를 강화하는 것과 삼성공화국과의 싸움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시시민단체가 수집·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했기에 삼성의 면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순 있지만, 그러나 아쉬운 것은 논리의 전개방식이 기존에 재벌을 타깃화하고 비판하는 방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단지 재벌에 삼성이란 변수만 끼워넣어 구체적인 대안으로 나아가지 못한 점이다. 

이 외에 ‘창작과비평’은 최근 가장 시선이 쏠렸던 6자회담과 관련해 ‘동북아 평화’문제를 고심한 흔적이 담겨 있다. ‘아시아인에 의한 동북화평화는 가능한가’라는 좌담회를 열어 미패권이 아닌 ‘아시아’가 주체가 되는 국제질서의 변화가능성을 모색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미중일의 3자 패권논리에서 탈피한 지역협력·지역통합의 여러 방식들이 검토됐는데, 미국의 패권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논자들은 ‘아세안+3’이라는 대안으로 우회할 것과 더불어 경제협력만이 아닌 집단안보, 지식공동체의 형성, 과거사 청산 등이 이뤄져야만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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