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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나타난다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나타난다
  • 유무수
  • 승인 2021.12.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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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언택트 교육의 미래』 저스틴 라이시 지음 | 안기순 옮김 | 문예출판사 | 400쪽

MOOC가 추구한 교육 민주화는 실현되지 않았다
신기술은 이미 혜택받고 있는 학습자에게 더 유리

 
<뉴욕타임스>는 2012년을 ‘MOOC의 해’로 선언했다. 그러면서 “무료 강좌는 세상에서 가장 외딴 곳도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사람들이 경력을 발전시키도록 도울 수 있으며, 지적이고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확장시켜줄 수 있다”라는 무크(MOOC)의 비전을 소개했다. 

 

스탠퍼드대와 구글이 제휴하여 스탠퍼드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정규수업을 반영해 설계한 ‘인공지능개론’ 강좌에는 190개국 사람들이 등록하고, 2만3천명이 과정을 수료했다. “15년 안에 아마도 대학의 절반이 파산할 것이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명성을 얻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클레이턴 그리스텐의 경고다. 그러나 하버드대와 MIT가 협업해 만든 MOOC, 에드엑스(edX)의 연구개발자이며 MOOC 강사이기도 한 저스틴 라이시는 기술만으로 교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MOOC의 실상은 어떠한가? 비학위수료증의 가치는 애매했고 등록자 대비 수료생은 소수였다. 고등교육의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리라는 MOOC의 도전은 실현되지 않았다. MOOC의 성공적인 수료자들 대다수는 이미 학사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자기조절 학습능력이 있으며, 부유한 학습자들이었다. 신기술 옹호자들은 불평등을 줄일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교육 민주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있는 자는 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마태 효과가 교육기술과 대규모 학습분야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부유한 커뮤니티는 온라인 학습도구와 앱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무료 온라인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인맥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항상 신기술은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학습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경향을 띄게 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대규모 강좌에 투자했던 골드스미스나 기술 전문가들은 개혁에 대해 펼쳤던 초기 주장을 철회했다. 현재까지 MOOC는 컴퓨터과학의 석사학위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으며, 창의적인 글쓰기, 간호, 교육 등의 분야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저자는 에듀테크의 과대광고를 경계할 것을 촉구하면서 신기술과 교육현장에 대해 세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변화의 출처는 기술이 아니라 혁신적인 교육학과 교육현장에 참여하는 교육자·연구자·설계자 커뮤니티다. 둘째, 기술은 교수와 학습을 변혁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은 시스템 변화라는 광범위한 작업에서 제한된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기술을 통한 극적인 희망을 버리고 시스템 변화작업을 다양한 재료·도구로 물건 만들며 배우는 ‘팅커링’과 지속적인 향상을 추구하는 긴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중학생 1명당 스마트기기 1대씩 보급하는 ‘디벗’ 계획을 발표했다(<연합뉴스> 2011년 11월 11일자).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디지털 학습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질이 달라지는 패턴이 나타났다. 저소득 가정이나 소외된 배경 출신 학생들은 신기술에 접근할 기회가 적었고, 창의적인 활동을 위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멘토링의 기회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스마트 기기 보급과 함께 창의적인 활용의 멘토링까지 세심하게 동반된다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교육이다. 청소년에게 멘토링 없는 스마트기기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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