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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의 시대, 무엇이 이 교수를 …
피로의 시대, 무엇이 이 교수를 …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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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5 00:00:00
지난 13일 대구에서 들려온 한 교수의 죽음 소식이 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운동가이자 교육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해온 신현직 계명대 교수(법학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는 벼랑 끝에 선 오늘날 한국 교수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신 교수와 돈독한 친분관계를 맺고 있던 교수들은 아직도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공공의 선에 충실했던 그였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목숨을 던졌다는 것을 쉬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와 함께 교수협의회 활동을 했던 이호형 전 계명대 교수는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한 분이다. 그런 그가 왜 그렇게 생을 마감했는지 알 수 없다.”고 착찹한 심경을 전했다.

헌법학 전공자인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사립학교법에 관련된 법리논쟁에서 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활발하게 일해 왔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해온 교수들로선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사흘뒤인 16일 그는 참여사회연구소의 사립학교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약정돼 있었다. 강의는 예정대로 진행해 왔고,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의욕을 불태우던 신 교수였다. 그는 새대구·경북시민회의 집행위원장과 대구·경북 민주화교수협의회 회장을 등을 맡아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 어디에도 어두운 그늘을 보기 어려웠던 학자이자, 활동가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정말 끝낼까? 그것만이 答이다”란 짤막한 메모 한 장 뿐. 48년의 결코 짧지 않은 생을 마감한 사유로는 너무나 간단하다. 동료 교수들이 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가 그려나간 삶의 궤적은 자신보다는 타자를 더 배려하고 존중하는, 앎을 삶으로 이끌어나가는 학자의 모습 그것이어서, 동료 교수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정치권의 이전투구와 사학법인, 사립대 총장들의 훼방으로 원천봉쇄된 지금, 신 교수의 죽음은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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