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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한 소장학자의 孟子 비판
동향: 한 소장학자의 孟子 비판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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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지배계층'의 대변인이었다

백민정 경원대 강사가 최근 저서에서 맹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펼쳤다. ‘맹자: 유학을 위한 철학적 변론’이라는 책에서 백 씨는 맹자의 철학을 체계 내적인 관점에서 해명하면서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여성으로서 저자는 맹자 사상과의 치열한 철학적 대결을 만만치 않게 벌이고 있다. 가령 맹자의 ‘수양론’을 언급하면서 본성의 문제에 ‘주체’의 문제를 도입하고 맹자의 철학적 입장이 백성들을 구제하려는 충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당시 士계급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백 씨가 책의 결미에서 들추는 맹자에 대한 몇가지 오해에 관한 진술이다. 하나는 인간이 선하게 갖고 태어난 본성을 얼마나 잘 길러내느냐에 따라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勞心者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육체적 힘을 수고롭게 하는” 勞力者가 될 수도 있다는 맹자의 ‘분업 모델’에 대한 해석이다.

보통 이것을 공정한 경쟁과 자기능력으로 간주하는 데, 현실은 그런 수양의 과정을 밟아나가지 않고 이미 압도적인 노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수양도 할 수 있고, 군자도 될 수 있다는 것.

또 백 씨가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은 맹자의 사유에서 ‘가족의 논리’와 관련된 부분이다. 맹자는 인간이라면 孝悌의 마음, 즉 良知와 良能을 타고난다고 했다. 이걸 제대로 갖춰 진정한 효자일 때라야 진정한 위정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씨는 여기에 가족과 사회, 선천과 후천의 이분법이 들어있다고, 가족 내의 구조적 폭력과 위계질서를 은폐한다고 비판한다. 즉, 백 씨는 ‘효제의 마음’이 사실 ‘자발적 복종’이라는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맹자는 군자는 의리만을 행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세상을 구하는 兼濟天下의 자리에서 물러나 홀로 獨善其身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생취의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백 씨는 “군자의 윤리적 행위에는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익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는 점을 내세워 맹자가 원인과 결과, 수단과 방법을 자유자재로 변통시킴으로써 지배계층의 윤리와 경제적 주체로서의 성격을 동질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해석이 맹자에 대한 새로운 독법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런 생각들은 차라리 유가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의 일반론이 이미 학계에 공유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기존 맹자론에 대한 대찬 비판론이 제기됐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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