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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휩쓸었던 삼국지들
시대를 휩쓸었던 삼국지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9.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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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정음사 刊, 1950) 
월북작가인 박태원의 삼국지는 원문을 최대한 살리려 한 것이 특징으로 1950~60년대 두루 읽혔다. 고투의 문체지만 현대에도 여전히 신뢰를 얻고 있다. 박태원본은 최영해본과 동일한데, 이에 대해 ‘작품 전편중 2/3를 박태원이 작품 말미는 최영해가 번역했다“라는 풍문이 있다. 1941년 4월~1943년 1월까지 ’신세대‘에 연재된 것을 수정·정리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1953년 이후엔 최영해 본으로 나왔으며, 북한에서도 몇종이 간행되었다.

 

 

 

●김광주(창조사 刊, 1965)
요시카와 에이지류 중 널리 읽힌 것으로, 120회 완역을 기본으로 하되 ‘읽기 쉽고 재밌는 번역’에 초점을 뒀다. 강조부분에 소제목을 붙였으며 매회 줄거리를 제시한다. 원문의 재구성 역시 돋보이며, 현대적인 대화투와 명쾌한 단문구사가 읽는 묘미다. 그러나 삼중당(1969) 본에서는 장비에 대한 성격묘사가 크게 바뀌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현재는 서문당(1996)에서 출간되고 있다.

 

 

 

●박종화(삼성 刊, 1967)
역사소설가 답게 박종화 본은 대중소설적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가령, 고통받는 백성들을 대신해 장비가 탐관오리인 독우를 지칭하는 대목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든지 여포와 초선이 등장하는 장면을 흥미를 위해 가미하는 등 원문에 없는 내용들이 곳곳에 윤색·첨가되었다. 1963년 1월 1일~1968년 5월 8일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것으로 박종화 특유의 문체와 감각의 발휘로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대현출판사(1999)에서 나오고 있다.

 

 

 

●김구용 (솔 刊, 1974)
전통학문에 조예가 깊고 네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답게 내용과 문체 모두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모종강 ‘삼국지연의’의 원래 모습을 가장 잘 구현한 게 특징이다. 다만 ‘무미건조함’이나 ‘지루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솔출판사에서 개정판(2000, 2003)이 나온 이래 현대독자들에게도 친근하게 읽히고 있다.
 

 

 

 

 

●정비석(광희문화사 刊, 1975)
자유부인’, ‘소설 손자병법’으로 이름을 떨친 대중작가답게 삼국지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일본 요시카와 판본을 토대로 재창작 했다. 전체적인 체례와 본문의 내용을 약간씩 다듬었으며, 각권의 제목도 우리말로 풀어놓았다. 문장도 현대적이라 ‘정비석 판본 현대 변형판’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은행나무출판사에서 6판(2004)까지 나왔다.

 

 

 

 

●이문열(민음사 刊, 1988)
모종강 본을 바탕으로 해설과 평을 곁들인 최초의 評譯류라 할 수 있다. 1983년 10월~1988년 1월까지 경향신문에 연재됐던 걸 묵어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삼국지도 큰 성공을 거뒀는데, 대학입시 논술고사의 필독서로 공고되면서 1권의 경우 총 1백 쇄를 발행했을 정도로 역대 출판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문열 본의 힘은 거대출판사의 광고전략과 작가의 명성, 나아가 평론가들의 맹목적인 떠받듦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들이 제기되어 왔다. 

 

 

●황석영(창비 刊, 2004)
‘장길산’, ‘객지’ 등을 통해 유려하고 장쾌한 글솜씨를 보여줬던 실력을 삼국지로 옮겼다. 1999년 샹하이 강소고적출판사에서 나온 ‘수상삼국연의’를 기반으로 했으며, 원문의 간결하고 사실적인 문체를 최대한 살리되 중요한 전투장면 등에는 박진감 넘치는 묘사를 덧붙인 게 특징. “민중문학의 좌장격으로서 작가 특유의 의식이 들어가지 않아 아쉽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김구용의 뒤를 잇는 정역류라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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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2005-09-20 22:51:19
이은혜 기자님께!

삼국지에 관한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목포대 국문과 이훈 선생님의 삼국지 소개로
이곳을 방문해서 관련글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이은혜 기자님의 기사 기대하며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