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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논쟁: 삼국지를 둘러싼 여러 논쟁들
역대논쟁: 삼국지를 둘러싼 여러 논쟁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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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황석영 판, 오역논란...'고전이냐' 둘러싼 입장차이도 커

삼국지의 인기 때문인지 그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수면으로 올라와 활발히 진행되는 건 역시 번역논쟁. 그 중 이문열 판은 인기도 만큼이나 자주 비판의 타깃이 되어왔다. 前 코리아타임스 기자인 박정국 씨가 한국일보 1999년 8월 3일자에 ‘이문열 삼국지 오역 100여곳’이라며 논쟁의 불을 지폈지만 10일자에서 이문열 씨는 “내 것은 평역이기에 오역 지적은 타당치 않으며, 시비를 위한 시비로 들릴 따름이다”라며 이를 일축했다.

이후 이문열 역은 연변 작가 리동혁 씨가 ‘삼국지가 울고있네’(금토 刊, 2003)라는 책 한권 분량으로 비판했을 정도다. 리 씨는 ‘한국의 대학수석 합격자들이 이문열 삼국지를 논술실전에서 최고로 꼽는다’는 얘길 전해듣고 “엘리트들이 오류로 얼룩진 책을 뒤지는 건 큰 일 아닌가?”라며 오류들을 낱낱이 파헤쳤던 것이다. 

해악한 책인가 vs. 고전인가

이어 리동혁 씨는 신동아 2003년 10월호에서 황석영 본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판본문제에서부터 황석영 본이 기존 삼국지 오류를 어떻게 답습하고 심지어 창조하기까지 하는가를 일일이 따졌다. 이에 대해 황석영 역의 교열자인 전홍철 우석대 교수가 답을 했는데, “리동혁의 지적에 공감하며 수정해나가겠지만, 침소봉대한 부분도 많다”라며 거꾸로 리 씨가 제안한 번역에 상당수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석영 역에 대해선 또 한 차례 논쟁이 오갔다. 2004년 국민일보 1월 27일자에서 정원기 아시아대 교수가 번역을 문제삼자, 황석영 씨가 “중국어를 잘 모르는 이”라고 표현한 것 등에 대해 명예훼손적 혐의가 있다며 여러 가지로 반론을 펼쳤다. 이에 정 교수가 “오역은 문체의 문제로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오역문제를 재차 제기함과 동시에 판본에 대해서 계속 따지자, 다시금 황 씨는 “수긍할 수 없는 게 상당부분이다”라는 답을 보냄으로써 논쟁은 일단락됐다. 둘간의 논쟁은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어쨌든 황 씨가 삼국지에 얽힌 여러 쟁점들은 “학자들의 일”이라고 넘김으로써 본격적인 논쟁이 진행되지는 못했다.

내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도 만만찮다. 우선 삼국지가 영원불멸의 고전으로 읽히는 것을 ‘이상열기’로 진단하며, 삼국지를 ‘害惡한 책’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어왔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선조임금과 신하가 삼국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삼국지는 ‘필독’과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양극의 사이에서 저울질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명 서울대 교수와 이문열 씨의 논쟁이 있었다. 최명 교수가 조선일보 1997년 11월 16일자에서 “삼국지는 난세에 대권을 잡기위해 못된 지혜를 짜내서 싸우는 전쟁이야기”라며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읽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문열 씨가 22일자에 반론을 썼는데, “삼국지는 대가없이 성공하는 惡은 없다는 걸 보여준다”라며 ‘삼국지의 잘못’과 ‘삼국지를 잘못 읽는 것’을 구분할 것을 요청했다. 즉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삼국지를 읽고 정치적 전술과 전략을 배웠다고 말한다면, 그건 그들이 삼국지를 오독했기 때문이라는 것. 어린아이들도 삼국지에서 권선징악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이 씨는 주장했다. 이 외에 삼국지 해설서와 학술서를 펴낸 김운회 동양대 교수도 삼국지의 해악적인 면을 지적했지만, 반대로 정원기 교수는 최고의 고전으로 꼽고 있다. 

인물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큰 쟁점

각 인물들이 어떻게 다뤄져야만 하는가에 대한 논쟁도 끊이질 않는다. 요즘에는 조조가 유비보다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문열 역이 조조 중심으로 평역을 했다. 중국의 모택동도 삼국지를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그 역시 합리적이고 탁월한 인물로 조조를 꼽았다. 그건 조조가 합리적 이성을 갖춘 ‘가장 현대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복룡 건국대 교수는 “조조를 중심으로 쓴다면 그건 삼국지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실상 중국본토에서도 조조를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전통적인 입장(유비중심)이 꽤 있다.

저자 나관중에 대한 것도 쟁점이다. 나관중의 인적사항과 그것이 쓰여진 시기에 대해서는 중국학계에서도 가장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삼국지판본과 번역정리·검토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 다행히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학술진흥재단의 과제물로 진행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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