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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연구비 최하위 ‘문화예술’…“국가경쟁력 손실이다”
1인당 연구비 최하위 ‘문화예술’…“국가경쟁력 손실이다”
  • 백진경
  • 승인 2021.11.30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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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오늘을 말하다 ⑦ 문화예술 교육·연구 현황

시대가 학문 분야 간 소통과 협업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고, 소통과 협업의 선결요건은 학문의 균형발전임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는 여전히 심각한 소외와 격차 속에 방치되고 있다. 학술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기관이나 심의자문기구는 물론이요, 대학의 ‘학술연구’를 뒷받침할 전문법령조차 전무한 것이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실상이다.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가 스스로의 본령을 지키고 학술연구의 공공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기반 확립이 시급하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앞으로 11회에 걸친 기고를 통해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 연구와 교육의 현황과 전망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국회의 가시적 조치를 촉구하고자 한다.  

해마다 특수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연구과제 지원 규모
연구사업 성공 후 상위사업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없어

최근 BTS로 대표되는 가요, 춤, 드라마, 영화 등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콘텐츠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류’라 불릴 정도로 큰 각광을 받고 국력을 드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 문화예술분야 교육과 연구의 현황은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문화예술분야 교육과 연구는 국가 정책과 연구비 지원에서 타 학문분야에 비해 홀대받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분야 교육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올해 8월 개최된 국회 세미나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 토론회’에서 제기된 예술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계열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평가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있다. 현재 대학의 예체능계열 재학생 수는 전체 재학생 수의 10%를 넘고 있다. 여기에 예체능 분류에 들어가지 않은 공대나 인문대에 소속된 디자인, 문화 관련 전공 재학생 수까지 더한다면 이를 훨씬 상회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예술분야의 환경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취업률을 가장 큰 평가지표로 일률적인 평가를 진행하였다. 추후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종합대학 내 설치된 예술대학의 경우 취업률 지표를 대학평가에서 제외하였으나, 이 평가의 여파로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국내 예술대학이 정원축소와 예산 삭감의 우선 대상이 되고 있다.

두 번째로 예술대학 내 만연한 도제식 교육방식의 문제이다. ‘전공기능의 심화’라는 도제식 교육의 장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교육시스템이 필요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전적으로 예술가의 손과 몸에 의해 완결되던 창작물들이 첨단기술 장치에 의해 대체되는 경향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첨단기술과 협업에 의해 생산되는 4차 산업시대의 창작은 예술 이론뿐 아니라 문화예술정책과 프로젝트 현장기획, 디지털 기술과 인문, 예술의 통섭에 대한 교육을 요구한다. 기능과 순수예술 중심의 교육은 궁극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력한 예술인들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세 번째로 고액의 등록금과 높은 학자금 대출연체비율 또한 큰 문제이다. 예체능 계열의 등록금은 의학계열 다음으로 높으며, 학자금 대출의 연체비율은 평균의 3배를 상회하는 28.8%로 모든 계열을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예체능계열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졸업 이후에는 한동안 대출이 연체될 정도로 소득 수준이 높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졸업생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화예술분야 교육 관련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술현장 여건을 고려하여 예술대학에 적합한 평가기준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교육시스템 개발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문화예술 인력을 배출하려는 노력이 요구 된다. 

 

문화융복합단 연구비는 인문사회 6분의 1 수준

문화예술분야의 연구현황 역시 교육과 마찬가지로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연구지원이나 제반 여건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8월에 발행한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사업 지원·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 예산은 과학기술분야 지원 예산의 약 10%이다. 1인당 연구비도 과학기술분야의 약 7분의 1에서 8분의 1 수준이며, 한국연구재단에서 문화예술분야의 연구를 지원하는 인문사회연구본부 산하 문화융복합단의 지난 3년간(2017~2019)의 연구비는 인문사회분야의 약 6분의 1 수준인 16%에 머물고 있다. 

문화융복합단에서 지원하는 학문분야는 문화, 예술 외에도 체육, 심리과학, 생활과학, 문헌정보학, 여성학 등의 연구와 이들이 포함된 융복합 학제간 연구를 지원하고 있어, 실제로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연구비 지원은 훨씬 더 낮은 수준이다. 2019년도 「전국대학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의 학문 분야별 중앙정부연구비지원현황에 의하면, 예체능분야는 교원 수를 연구책임자 수로 나눈 과제 수혜율이 8.3%(인문사회 평균 13.8%), 1인당 연구비가 776만 원(인문사회 평균 1320만 원)으로 전체 학문분야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화예술 관련 한류가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사진=픽사베이

문화예술 분야의 개인연구나 집단연구의 선정률도 매우 낮은 수준인데, 일례로 2020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 순수학문형의 경우 문화융복합단으로 지원한 20개의 연구소 중 단 1곳만 선정되어 선정률 5%에 머물렀다. 이 사업의 경우, 2019년에 비해 2020년의 지원 예산이 10%가량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열 경쟁이 일어난 원인은 계속지원 과제 수가 많아져, 2020년에는 신규 선정 수가 2019년의 30% 이하로 줄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연구과제에 대한 지원이 연구 아이디어의 참신함이나 수월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해 연도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집단연구에서는 좋은 연구 성과를 낸 연구소를 대상으로 이미 구축한 연구기반과 연구진, 네트워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나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경우 HK, SSK 등 상위개념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으나, 문화예술분야에는 이에 해당하는 상위개념의 사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라 할 수 있으며, 조속한 지원방안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문화예술분야 연구관련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비 증액과 더불어, 문화예술분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융합연구에 대한 개선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비 규모나 연구 여건이 인문사회문화예술분야와는 상이한 과학기술분야에 맞춰 일원화된 현재의 연구비 관련법을 분야별 특성을 감안해 수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시각정보디자인)
한국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에서 시각디자인으로 석사, 세종대에서 디자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인 인제대 디자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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