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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밖 배움으로 초대
강의실 밖 배움으로 초대
  • 신희선
  • 승인 2021.11.2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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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토론대회가 끝났다. 지난 여름부터 기획하고 준비하며 진행한 온라인 독서토론대회였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자 교양교육연구소 프로젝트팀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토론대회 결과, 21학번 공대 신입생이 결승전까지 올라가 4학년 선배들과 겨루어 대상을 받았다. 이번 학기 교양필수 교과인 ‘융합적 사고와 글쓰기’와 ‘비판적 사고와 토론’ 수업을 동시에 수강하고 있는 1학년 학생이었다. 수업시간에 독서토론대회 지정도서를 읽고 직접 토론을 해보기도 하고, ‘도전의 계정을 늘려가라’며 대회 참여를 독려했던 결과였을까. 제1회 온라인 독서토론대회를 마무리하며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적는다. 

무엇보다 교수자로서 수업 안팎에서 느낀 보람이 컸다. 온라인 상황이지만 학생들에게 교내외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며 등을 두드리며 토론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독서토론대회는 교육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다른 비교과 활동에 비해 학생들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다 보니, 심리적 문턱이 높다. 이에 자발적으로 대회에 참가할 엄두를 내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독서토론을 하고 논술 글을 써 보도록 하고 수업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수업에서 만나고 있는 학생들의 참가율이 높았던 것으로 보아, 매주 실시간 조별 토론과 소통을 했던 경험과 동기부여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독서토론대회에 나가도록 한 동력인 듯하다. 

“독서토론대회 진행을 맡게 돼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토론과정을 함께 지켜보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서토론대회 ‘도우미’로 활동한 학생이 카톡방에 남긴 문자다. 온라인 토론대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스태프처럼 본부를 돕는 봉사활동 도우미를 모집했다. 독서토론대회가 끝나고 도우미 학생들과 나눈 대화에서 내년에는 ‘토론자’로 참가하고 싶다는 소감을 들려주었다. 동료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입학한 코로나 세대들은 기대했던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헤맬 수 있다. 캠퍼스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교수와 선배와의 교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지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귀한 시간들을 흘려보낼 수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한 발 더 성장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들의 대학생활이 축소되고 활동이 제한됐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독서토론대회 현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교수의 역할은 어쩌면 PD와 같은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본다. 무명가수가 자신의 재량을 펼칠 수 있도록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기획하고 마련해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PD처럼, 학생들이 잠재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아름다운 재능을 가진 원석을 갈고 닦아 빛낼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제공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줄탁동시’가 중요한 것처럼, 학생들이 강의실 안에서 웅크리지 않고 밖으로 나와 배움을 확장해 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교수자의 역할이다. 

 "축하해주셔서 넘 감사하고 앞으로 수업 더 열심히 듣겠습니다.“ 대상을 받은 학생이 이번 독서토론대회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감사를 전한다. 토론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은 추억만이 아니라 자신감을 갖게 할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확률이 낮으면 시도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결과가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힘이 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는 길에 빠지기도 한다. 가야 할 길을 모르니 나설 엄두를 내지 않거나 ‘가장 안전하다’는 길만 찾는다는 것이다.

혹여 길을 가다보면 힘든 순간도 있고 막다른 길에서 아무 것도 없이 돌아가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두가 헛된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지만 한 발짝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먼저 길을 떠나온 입장에서 들려 줄 필요가 있다. 학생 혼자서 길을 찾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독서토론대회가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배움의 길로 초대한 기회가 되었길, 소망해 본다. 결국 길을 떠난 학생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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