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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타나베 명예교수, 식민지기 저항시인 6인 詩 모음집 서평 발표
일본 와타나베 명예교수, 식민지기 저항시인 6인 詩 모음집 서평 발표
  • 김재호
  • 승인 2021.11.26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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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통해 조선 민중의 고뇌에 접근
조선 시인 6명의 민족 존엄 수호를 위한 저항정신 평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인상적으로 언급 

고 문병란 시인(1934∼2015)이 평가한 일제 저항 시인들의 주요 시편 모음집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편역) 출간 소식을 접한 구순의 일본 원로 교수가 일본의 서평 전문지에 서평을 발표했다. 

서평자는 다이토분카대학 와타나베 스미코(渡邊澄子) 명예교수(91)다. 서평은 일본 서평 전문지인 <슈칸도쿠쇼진(주간독서인)> 3415호(11월 12일 발행)에 게재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일본의 30년대를 살며 투쟁한 저항 시인들」이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아베의 꼭두각시, 의혹의 판도라 상자라고 불리는 기시다 정권에게 (지식인들이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보이는 것은, 15년 전쟁의 막을 올리던, 즉 혁명작가 다키지(多喜二) 학살이 상징하는 1930년대의 일본 사회다”라고 일본 정부를 혹독히 비판하며 말문을 열었다.

일본 잡지에 실린 와타나베 명예교수의 서평. 이미지=김정훈 교수

그리고 전후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집단 자위권’ 반대론자들의 일본학술회의 회원의 임명거부 문제를 예로 들었다. “절대로 질질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위기적 상황인 작금, 본서의 간행은 시의적절”하다고 언급, 현 정권의 정책에 반기를 든 입장에서 책 출간의 시의성을 지적했다. 

책 내용에 대해서는 “남북 할 것 없이 코리언에게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저항시인 6명의 생애와 활동이 소개됐고, 6명 모두 일본 유학 체험자로, 일본의 30년대를 살며 투쟁한 사람들이다”라고 지적한 뒤, 각 시인에 대해서 거론했다. 

윤동주는 릿쿄대학을 거쳐 도시샤대학에서 수학하고 옥사, 심훈은 닛카츠(日活)촬영소에서 일본인 영화감독협회 초대 이사장 무라타 미노루(村田實)에게 사사, 이상화는 아테네 프랑세에서 수학, 이육사는 일본대학에서 수학하고 옥사, 한용운은 고마자와대학에서 수학, 조명희는 도요대학에서 배우고 형을 받아 죽임을 당한 내용을 각각 언급했다.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 표지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한글 원문. 사진=김정훈 교수

 
와타나베 교수는 6명이 한일병합으로 총독부의 엄한 감시와 탄압을 받은 점, 일본제국주의의 노골적인 침략에 항거하는 조국 해방, 민족독립운동이 많은 희생자를 내며 각지에서 전개되었고, 창씨개명, 조선어 사용 금지, 일본어 사용 강요, 황실숭배 강요, 조선인 학도참전, 특공전사자 예찬 등 민족의 존엄을 짓밟았기에 고조됐다는 점도 들추었다.
  
나아가 6명 중 3명(윤동주, 이육사, 조명희)이 옥사하거나 형을 받아 목숨을 잃은 참혹함, 그들이 식민지민으로서 굴욕, 울분을 품고 민족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한 부분을 강조했다. 

더불어 와타나베 교수는 자신의 저서 『식민지 조선에 있어서의 잡지 <국민문학>』에서 명시한 침략의 현실에 대한 저항의 투쟁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하고, 총독부 탄압, 감시 하의 은유적 표현에서 식민지 조선 민중의 고뇌의 깊이를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타나베 명예교수는 지면의 한계로 시 전체를 인용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초구・결구인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만큼은 인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와타나베 명예교수는 식민지기 조선에서 행해진 권력 남용과 조선의 문화통제 상황을 철저히 조사한 저서 『식민지 조선에 있어서의 잡지 <국민문학>』, 양심적 작가로 알려진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에 관한 평론집 『기골의 작가 마쓰다 도키코 백년의 궤적』 등을 출간했다. 국내의 일본 관련 학회 등에서 초청 강연을 한 바 있고, 김석범, 이회성, 이양지 등의 재일작가에 관한 연구 논문을 집필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편역자 김정훈 교수는 문병란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리명한 대표)와 논의를 거쳐 편역서에 소개한 민족 저항 시인 및 관련 연구를 일본인, 중국인 연구자와 함께 진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문병란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에는 민영돈 조선대 총장, 박맹수 원광대 총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와타나베 명예교수. 사진=김정훈 교수

>>> 와타나베 명예교수
1930년 도쿄 출생, 도쿄여자대학 졸업 후 동대학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연구.
다이토분카대학 교수 부임 후 줄곧 연구와 후학지도에  몰두해오다가 2001년 동대학 에서 정년퇴임. 정년퇴임 후에도 일본제국주의의 가해적 역사와 천황제 폐해 등에 대해 성찰하는 시점에서 문학 속의 조선, 중국 관련 테마와 관련해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고, 일본여성근대문학론, 여권 신장, 젠더의 관점에서도 다수의 저서를 펴냈음.
국내의 일본 관련 학회와 대학 등에서 초청을 받아 여러차례 강연한 바 있고, 재일한국인, 조선인 작가에 대한 논문 작업도 병행하고 있음. 최근에도 고령임에도 중국을 오가며 일본제국주의 731부대의  만행을 파헤치고 일본 역사를 직시하는 문학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음. 진보적 문학평론가. 다이토분카대학 명예교수.
『노가미 야에코의 문학』, 『남성 소세키를 여성이 읽는다』
『일본 근대여성문학론』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와  편저가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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