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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출판
날마다, 출판
  • 이지원
  • 승인 2021.11.19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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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지음 | 싱긋 | 184쪽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정말, 먹고살 수는 있는 것인가?

 

오롯이 책 만드는 재미에만 집중해보자

인구가 5,200만인데 전국 서점 수가 2,000개가 안 되는 나라에 출판사가 6만 8,443개가 있다(〈2019한국출판연감〉). 1인당 독서량은 꾸준히 줄어 2017년에는 9.4권을 읽던 사람들이 2019년에는 전자책과 종이책을 통틀어 7.5권을 읽었다(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 실태조사’).

매년 출판사는 3,000개씩 늘어나는데, 불과 2년 사이에 독서량은 20%가 줄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출판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등장한 비슈누신과 아수라들의 전투에서 유래된 말인 ‘아수라장’은, 시체가 산처럼 높이 쌓여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 한다. 출판계 아수라장에는 현재 높다랗게 시체가 쌓여 있다. 

이런 와중에 남의 돈을 투자받아 호기롭게 출판사를 창업했다면 그가 믿는 구석은 무엇인가? 엄청난 저자가 쓴 신간을 준비중인가? 매년 팔리지 않을 수 없는 트렌드 리포트 같은 것을 낼 작정인가? 아니라면 내년 대선 결과라도 예측하고 있는 것인가? 놀랍지만, 모두 아니다. 14년 경력의 편집자 출신인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출판사 하나 먹고살려고 책 만드는 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난립하는 출판사들이 몇 안 되는 서점에 책을 밀어내어 창고에 쌓아놓다가 파쇄하고 마는, 저자도 편집자도 마케터도 팔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이 하루살이 출판 인생을 좀 끝내고 싶다는 각성.

책 안 읽는 독자 탓도 하지 말고, 미디어 매체가 늘어 더는 책이 소비되지 않는 시장 탓도 하지 말고 오롯이 책 만드는 재미에만 집중해보자고 결심한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그는 결국 굶어 죽고 말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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