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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전경련은 위기인가
쟁점: 전경련은 위기인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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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대한 '대표성' 상실...리더십 부재 심각

전경련이 위기를 맞고 있다. 1961년 재벌총수들의 민간단체로 출범해 다른 재계 단체들에 비해 자유롭게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자본의 ‘상징적 구심점’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아무도 전경련 회장직을 맡지 않아 노장자인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이 3년째 어거지로 맡고 있으며 부회장단은 제대로 구성하지도 못했다. 회비징수도 어려운 형편이라 한다.

왜? 가뜩이나 5대 재벌 위주로 움직이던 전경련이 친삼성 행보를 하다가 ‘삼경련’이란 소릴 듣는 등 재계에 대한 대표성을 현저히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독대하던 전경련, 정부를 사회주의라고 몰아붙이던 전경련, 한국경제연구원·자유기업센터·국제경영원의 트로이카를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경영자총협회·발명특허협회·열관리협회·기술개발주식회사·정보산업협회·창투·광고주협회 등 안건별로 ‘기구’를 만들어 자신의 이해관계를 상시적으로 실현했던 전경련은 과연 여의도 외딴 섬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책에서 ‘전경련 위기’의 실체와 원인을 분석한다. 그는 출범과정에서 위기는 잉태됐다고 본다. 먼저 ‘도덕적 기반의 취약성’이다. 60년 부정축재자들 단죄여론을 전경련 결성으로 피해갔기 때문이다. 치러야 할 대가가 유예된 셈. 둘째는 부도덕한 정권과의 밀월관계로 인해 정경유착의 한 축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된 것. 셋째는 협애한 이념적 지향이다.

조직특성에도 위기요인은 있다. 총수의 모임이다보니 총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그대로 조직에 전이된다. 조직 내의 민주주의 부재 또한 의사결정 권력의 집중을 낳았다. 예산도 5대 재벌에 거의 의존한다. 무엇보다 회원사들 간의 이해다툼을 중재할 제도적 틀과 리더십이 부재한다.

사회민주화와 더불어 잠재위기는 현재화되고, 2002년 드디어 재계 내부에서 전경련 무용론, 경제단체 통폐합론, 상공회의소 맏형론 등이 불거져 나왔다. 먼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비록 친기업이긴 하지만, 중소기업 혹은 합리적 전문대기업과 중산층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더 두고 있다는 점이 위협요인으로 작용했다. IMF로 주력 회원사들의 연쇄부도가 이어진 것도 컸다.

회장들의 연이인 비리연루도 위기 초래의 중요한 원인이다. 전경련이 부정과 부패의 본산이 된 것이다. 나아가 전경련의 지도부와 사무국, 부설기구들의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민주화·다원화·탈냉전화되는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지난 2001년 전문경영인들이 따로 독립해 결성한 ‘한국 CEO 포럼’이 “합리적 세제개편, 공정경쟁질서의 정비,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투명성 강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재계도 도덕성과 합리성을 갖춰야 하고, 과거 군부시절의 장기로는 더 이상 승부할 수 없다는 점을 명약관하하게 드러내고 있다.

홍 교수는 전경련이 내재해온 위기가 사회민주화 이행기와 패러다임 전환기에 증폭되고 현재화 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경련에 환골탈태를 요구했다. 과연 전경련이라는 舊  재벌의 상징은 해체될 것인가. 아니면 재벌들의 여전히 복잡한 인맥·혼맥과 얽혀서 기적처럼 되살아날 것인가. 한국사회의 한단계 도약 여부를 전경련의 행보를 통해 지켜볼 때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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