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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星, 금융계열사 의존 커...5대그룹 時價 전체기업 절반
三星, 금융계열사 의존 커...5대그룹 時價 전체기업 절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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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재벌연구' 깃발 올리나

재벌에 대한 한국경제의 의존도는 예나 지금이나 높다. 하지만 재벌의 실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나오지 못했다. 재벌연구의 핵심인 소유구조,
경영권의 성격, 경제력 집중도 등 핵심 부분에 있어서 자료가 부족했고, 또한 고된 노동으로 피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벌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났고
실천만 남았다”는 섣부른 진단도 없지 않았다. 최근 재벌연구의 실증성과 과학성을 모토로 한 학술적 성과가 나와 이목이 쏠리고 있다. 60여명의 박사가 3년간
공동연구 끝에 재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기초적 분석연구가 이뤄진 것이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학계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IMF의 쓴맛을 본 이후 과학적이라고 자부하던 예측이 대부분 빗나간 경제학계는 외부의 의혹에 찬 시선을 감내해왔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현실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좀처럼 획기적인 갱신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들어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노동집단에 대한 경험적, 실증적 연구가 늘어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그것의 대응축인 ‘자본가집단’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연구가 나오지 않았다. 오죽하면 시민단체에서 ‘삼성백서’라고 해서 보고서를 냈겠는가. 특히 학계는 재벌에 대한 연구에서 걸출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고, 과거의 연구에 기대서 ‘개혁불이행’을 나무라는 약간 머쓱한 입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개혁대상인 재벌의 경제적 승승장구를 비롯해서 정부의 친재벌 정책 등 ‘개혁요구’는 갈수록 그 사회적 기반을 잃어가고 있으며, 기껏 부패구조에 대한 분노에 잠깐씩 반짝하고 있을 뿐이다. 개혁 이전에 제대로 알자는 분위기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최근 우람한 모습으로 등장한 ‘한국의 재벌’(나남출판 刊)이라는 5권의 책은 한국 재벌 연구를 한 단계 도약시킨 쾌거로 기록될 듯하다. 무엇보다 재벌관련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해서 정리해, 재벌의 경영지배구조와 인맥·혼맥, 재벌의 재무구조와 자금조달, 재벌의 소유구조, 재벌의 사업구조와 경제력 집중, 재벌의 노사관계와 사회적 쟁점이라는 종합적인 범위에서 기초적인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이 책은 과학적 재벌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결론도 분명히 도출하고 있다. 한국 재벌의 동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업/자본법인이 그 자체로 이미-항상 정치권력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벌은 이윤축적에 유리한 대중의 ‘자발적 동의’와 문화 및 이데올로기 생산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권력인 것.

이번 연구에서도 드러나듯 최근 들어 정·관계와 혼맥을 만들지 않고 재계인사들끼리의 결속을 통해 ‘자본’의 권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볼 때 “재벌을 적절히 견제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의’를 내세우는 수준이 아니라, 자유기업원을 통해서 유포된 ‘자유’ 이데올로기를 새롭게 정의하고, 그 조건을 마련할 논의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제1권 ‘재벌의 사업구조와 경제력 집중’을 보자. 5대재벌의 시가총액 비중이 1998년에서 2002년 어떻게 달라졌는 지가 분석돼 있다. 1998년에는 5대그룹이 전체 상장사의 30% 정도를 차지했으나, 2002년에는 49%로 대폭 상승한다. 개개 그룹을 살펴보면 삼성이 15%에서 26.8%로 급등해 삼성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런식으로 매출액비중, 당기순이익비중 등을 다루고, 매출액비중 대비 당기순이익 비중도 나타내준다. 5대재벌의 경우 이 수치가 1987년 0.31에서 2002년 1.10으로 꾸준히 세배 이상 뛰어오른 것에 비해, 6~30대 재벌은 -0.03에서 1999년 10.88로 뛰어올랐다가 2001년 -6.62로 폭삭 가라앉는 등 등폭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량급 재벌은 제법 망하기도 하는 모양인 것 같다.

재벌이 보유한 자본금 성격도 분석대상이다. 삼성재벌은 전체 종업원의 약 13.6%에 불과한 종업원을 거느린 금융계열사들의 총자산이 97년말 이후 꾸준히 증가해 현재 전체 그룹 자산의 약 57.7%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에 적극 제동하고 나서는 이유가 여기서 명약관화해진다. 2권 ‘재벌의 재무구조와 자금조달’에서는 재무환경으로서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금융체계, 자본시장의 불완정성, 정부의 경제정책이 재벌의 재무행동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 시각에서 바라봤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인맥·혼맥’을 다룬 책에서는 30대 재벌의 대표이사를 포함하는 6천1백71명의 신상자료를 근거로 연령, 출신지역, 출신대학, 전공 등에서 나타난 특징을 보여주고, 가계의 혼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가령 30대 그룹의 임원진을 볼 때 서울대가 27.2%, 고려대가 11.4%, 연세대가 10.7%를 차지하고, 지역별 분포는 수도권(38.3%)과 영남권(35.8%)이 70%를 넘는다.

이 책은 자료를 구조화해 종합한 것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주장이 부족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판단과 주장은 “자료가 이미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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