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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사립대 퇴출되나 … 1년 가까이 ‘논의중
부실 사립대 퇴출되나 … 1년 가까이 ‘논의중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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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 부실·한계 법인 퇴출 ‘안개 속’

지난 해 8월 ‘대학구조개혁방안’ 시안이 발표된 지 1여 년이 됐다. 법령 제·개정과 관련해서는, 단 두 가지만을 제외하고는 대략적인 정부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국립대 법인화·회계제도 개선’과 ‘사립대 퇴출 제도 마련’ 등이 그것이다.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법안 시안에 대한 대학 총장, 기획처장, 교수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지만, ‘사립대 퇴출’ 문제는 아직 초안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선의의’ 재산출연자에게 출연 재산의 일부를 환원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를, 어떻게 평가해서 돌려준다는 것인지 등 1여 년이 되도록 이렇다할 밑그림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중심이 돼 한계법인의 재산을 매입해 처분할 예정이라는 등 소문이 무성하게 떠돌고 있다. 한계법인 퇴출 절차와 출연재산 환원에 관한 소문의 진상과 쟁점들을 짚어보았다.

소문 내용은 이렇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산하에 학교법인의 부실 여부를 평가하는 위원회가 설치되고, 이를 중심으로 한계법인 판정, 출연재산 환원 등이 결정된다. 위원회가 자산 처분, 정원감축 등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면, 필요할 경우 집행기구인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학교재산을 매입한 후 용도를 변경해 처분하고, 학교재산의 매각수익은 재산출연자에게 일부 돌려준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학교법인이 비영리법인으로 전환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문제는 풍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정작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방안(시안)을 발표한 이후 1년이 넘도록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국가가 학교재산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사학법인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발표 내용보다는 구체적이고, 언뜻 신뢰감을 주는 이 소문을 놓고 온갖 비판과 전망을 내놓고 있는 중이었다.

김덕현 한국대학법인협의회 부장은 “한계법인인지 아닌지를 몇 가지 지표를 보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으며 “한계법인 딱지를 붙이는 것 자체가 그냥 망하라는 것인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가 학교 재산을 싸게 사서 용도변경한 다음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하는데, 말이 되냐”라고 반문했다.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설립자나 재산 출연자에게 잔여재산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 반면, 교육부 산하 위원회가 법인의 부실 정도를 평가해 주의나, 경고, 보유자산 처분, 정원감축, 신입생 모집 중지 등의 시정조치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관계자는 “수십 억, 수백 억을 출연했는데 100% 다 돌려줘야지, 조금만 돌려준다고 하면 해산할 법인이 어디 있나”라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문제삼았다. 또 “자산의 가치가 급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부 뜻대로 해산장려금의 규모를 적정하게 산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안 초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대학가에서는 소문에 신뢰감을 실어 논의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셈.

교육부, 기초연구 실시 등 구체화 작업

그러나 소문의 진원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법인 관계자들의 반응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교수신문이 최근 입수한 교육부의 비공개 정책과제 ‘사립대학 구조조정 방안의 법률적 검토 및 제도화를 위한 기초연구’(연구책임자 곽태철)를 검토한 결과, 정책과제 내용과 소문이 동형 구조를 띤 데에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의 내용과도 거의 동일하기 때문. 환원재산의 범위, 위원회 구성 등 교육부안이 정책과제에 그대로 담겨 있으니, 세부 구체적인 내용 또한 유사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가능한 지점이다.

연구팀은 ‘출연자에 대한 재산의 일부 환원’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후, 사립대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법에 △한계법인의 판단이나 출연재산 처분 계획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위원회 설치 △부실 정도에 따른 적기 시정조치 발령 △사학진흥재단에 학교 재산의 매입, 관리, 처분 등의 업무 위탁 등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가치 급등·출연금 규정 기준 달라 문제

출연 재산 환원 기준과 관련, 연구팀은 “학교법인의 재산은 공신력 있는 회계법인이 평가기준일을 중심으로 영리기업의 순자산에 해당하는 가치를 확정하고, 순자산에서 학생·교직원의 인근 대학 편·입학시 소요되는 교육시설 부담액 등 필수공제액을 빼 처분가능액을 산정한 다음, 이 처분가능액을 상한으로 설립자에게 출연금을 일부 환원하는 방안이 있다. 단 잔여재산의 일정비율을 환원하기보다 금액한도를 두는 방법이 더 적절하다”라고 제안했다. 여기서 ‘설립자의 출연금’은 대차대조표 중 ‘출연기본금’이 △학교 설립시 출연한 금액 △매 회계연도 토지 및 건축물 증가액에 상당하는 운영차액의 대체액 △기타 자본금 등이 혼합되어 있으므로 검증 가능한 회계자료 등을 통해, 출연금을 위원회가 확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요지는 한계법인을 판정해 구조개혁을 유도하는 한편으로, 법과 시행령에 출연자의 환원 재산 확정 기준을 제시하고, 전문가에 의뢰해 자산을 평가한 후, 위원회가 심사해 출연자에게 재산 일부를 돌려준다는 것. 그러나 시간 경과에 따르는 자산 가치의 급등, 출연금 확정에 대한 상이한 기준으로 인한 사학 법인의 반발, 학교법인 자산을 ‘사유물’로 인정하는 것에 따르는 법적 혼란 등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강제로 시정조치를 내리면 재산권 침해 등의 이의제기도 일어날 수 있다”라면서 “아직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또 출연자에 대한 재산 환원과 관련해서는 “귀속의 주체, 환원 규모, 자산 평가 방식 등 검토할 것이 많다”라며 “과연 법이 만들어졌을 때 실효성이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법 적용을 받는 대학들이 몇 군데나 있는지 샘플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상당 부분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였다. 현재는 국회에 계류중에 있는 사립학교법이 통과된 이후에 이 부분에 대한 ‘법안’을 내놓을 계획. 법안 제출 이후에 위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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