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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과 QR코드…디지털에 일찍 눈뜬 ‘관광’ 전문 출판사
전자책과 QR코드…디지털에 일찍 눈뜬 ‘관광’ 전문 출판사
  • 김재호
  • 승인 2021.11.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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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 ③ 백산출판사

레저스포츠·카지노학과 개설에 도움 주며 관광학 도서 개발
납본 완료도서는 공공·대학도서관에서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디지털과 온라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출판사들 역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학술출판에 주력해온 출판사들은 어떤 도약을 꿈꾸고 있을지 ‘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를 통해 알아본다. 과연 디지털 시대에 책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출판사들은 어떤 철학과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출판사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책들 중 대표적인 저서 세 권을 뽑아 다시 소개한다. 세 번째 출판사는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와 서울시 성북구 정릉 자리한 백산출판사이다. 

“10년 전부터 전자책을 만들었고 특히 책 안에 QR코드를 넣어 실습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지난 8일 백산출판사 파주사옥에서 만난 진욱상 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디지털과 동영상 시대에 출판·경영 전략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백산출판사는 조리, 식음료, 항공 등 실습 위주 관련 책들을 많이 출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책과 동영상이 함께하는 전략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2002년, 백산출판사는 문화관광부 우수전자책(e-book) 60종이 선정되는 등 이미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진욱상 대표가 이끈 백산출판사는 그동안 8만5천 권에 달하는 책을 기증했다. 그는 10만 권 기증을 목표로 한다고 내비쳤다. 사진=하영

특히 진 대표는 “훌륭한 교수들의 원고로 관광, 호텔, 항공, 외식경영, 조리, 푸드스타일, 경찰‧경호, 행정, 교양 등의 학술도서를 출간 제공하고 있다”라며 “보다 더 알찬 내용과 양질의 도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작게나마 힘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백산출판사는 ‘백산학술상’을 제정하여 한국관광학회를 비롯한 학술단체에 미력하나마 지원금을 지급했다. 진 대표는 한국관광출판기업가 대상과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했다. 

백산출판사는 올해 48주년을 맞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 길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동력은 무엇일까? 진 대표는 “지식산업을 보급하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폭넓은 지식산업 발전으로 국력을 키우는 것이 세계로 향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국내 집필진에 의한 국내 서적들을 본격적으로 펴냄으로써 관광학 분야의 출판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지역 특색에 맞는 관광학 분야 선구자

진 대표는 전국에 있는 전문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단순히 ‘영어과’, ‘무역과’가 아니라 ‘관광영어과’나 ‘관광무역과’로 학과명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특수한 영역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그는 “지역과 연계해서 전문대를 특성화하는 게 좋겠다고 제언했다”라며 “4년제 대학에는 없는 레저스포츠학과나 카지노학과 개설에 아이디어를 줘 강원도 정선으로 학생들이 많이 몰려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진 대표가 주목한 분야가 바로 ‘관광학’이다. 이에 맞춰 백산출판사는 관광 관련 학술도서를 적극 출간해 국내 최고의 출판사로 자리잡았다. 또한 관광에 필요한 호텔경영, 여행사경영, 식음료, 항공분야 등 실용적인 책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진 대표는 강원도 출장을 갔던 일을 들려줬다. 그는 “시외버스로 속초, 동해, 삼척을 거쳐 험난한 태백준령을 굽이굽이 넘어가다가 멀리 보이는 산기슭에 축사같이 보이는 작고 허름한 건축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태백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주거지란 것을 알고 너무나 황망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그 당시 서울만해도 연탄을 많이 사용했다. 소외된 지역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진 대표는 다짐했다. 

 

불법복제간행물에 대한 엄격한 단속 필요

현재 출판 관련 법이나 제도 중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진 대표는 두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납본이 완료된 모든 사회과학 학술기술 도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공도서관은 물론 대학도서관에서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 대표는 “불법복제간행물에 대한 보다 엄격한 단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출판분야는 영세하고 책의 출간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기에 저작권과 출판권을 해치는 불법복제는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의학 정보나 자기계발서 혹은 실용서 등이 주목 받고 있다. 학술출판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문화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진 대표는 “지식과 기술은 하루아침에 축척되고 만들어지는게 아니다”라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각자가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정부에서도 우수교양도서 지원이나 공공도서관 확충을 통해서 좋은 책들이 많이 발굴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독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욱상 대표는 정부에서 우수교양도서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법복제가 근절돼야 출판사가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하영

후학 양성과 양질의 도서 출간에 한 평생 열정을 바쳐온 진 대표. 대학과 교수사회에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을까? 그는 △전문인력 배양 △세분화한 학과 개설 △교양·인성교육 시행 △교수들에 대한 시간적 배려를 요구했다.  

한편, 백산출판사는 대학과 학생들의 취향에 맞춘 도서를 개발하기 위해 여전히 분주하다. 진 대표는 “마케팅 전략은 ‘맞춤형 도서’를 제작해 공급함으로써 교수·학생·출판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산출판사는 그동안 8만5천 권에 달하는 책을 기증했다. 진 대표는 “10만 권을 기증하는 게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다시 주목하는 책책책’   

1. 『현대관광학개론』(김태영 외 3인 지음, 2002) 

 

 

백산출판사 설립 초창기 진욱상 대표가 관광학 교재를 만들겠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책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태영 박사가 집필했다. 관광의 개념, 역사, 자원 등을 다루고 있다. 

 

 

 

 

 

2. 『기초서양요리: 이론과 실기』(염진철 지음, 2006) 

 

전문대에 조리과가 신설되면서 필요한 이론과 실습을 아우르고 있다. 염진철 배화여대 교수와 출판사의 공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서양요리의 역사와 조리기기, 조리공간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3. 『호텔경영학』(김경환 지음, 2011)  

 

현재까지 경기대에서 후학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는 김경환 교수의 저서로 호텔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룬 역작이다. 호텔산업의 이해와 경영방식, 경영전략, 글로벌경영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출판사가 걸어온 길: 올해 48주년을 맞은 백산출판사는...  

 

백산출판사는 1974년 설립됐다. 48년간 2천 종이 넘는 양서를 편찬하며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문 학술서적 출판사로 거듭났다. 1999년 진욱상 대표는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1년 ‘자랑스런 서울시민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KD books’라는 단행본 브랜드를 만들었다. 특히 『관광정책론』(2020), 『코리안 리더십』(2020), 『교양인의 식생활과 건강』(2019), 『정보통신경제론』(2015) 등이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돼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5년, 백산출판사는 파주출판도시 2단지 파주사옥으로 이전했다. 현재는 서울시 성북구 정릉에 위치한 서울사옥과 함께 파주사옥에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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