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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어쩌다 감찰관으로 오해받았나
주인공은 어쩌다 감찰관으로 오해받았나
  • 유무수
  • 승인 2021.11.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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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감찰관』 니콜라이 고골 지음 |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344쪽

부패와 탐욕이 불러온 자기기만과 진실
관객들은 희곡으로 영적 각성을 얻을까

이 책은 체호프, 푸시킨과 더불어 러시아 대문호로 일컬어지는 고골이 쓴 희곡이다. 고골은 결말에서 배우들 모두 마비된 동작을 취하도록 희곡을 썼다. 그때 극장에는 정적이 흐를 것이다. 고골은 그 순간 관객들도 전기 불꽃을 느끼고 ‘영적 각성 얻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흘레스타코프는 도박으로 돈을 잃고 한 도시의 여관에 묵고 있었다. 외상이 쌓이며 여관주인에게 고발당할 처지였다. 그런데 비밀명령서를 받은 감찰관이 시찰 방문을 하게 될 테니 주의하라는 편지가 시장에게 도착했고, 흘레스타코프가 바로 그 감찰관으로 오해받으면서 온갖 해프닝이 벌어진다. 잡다한 부정부패에 얽히고설킨 시장, 교육감, 경찰서장, 판사, 우체국장, 병원장, 상인들이 아첨하기 시작했다. 

흘레스타코프는 묘한 낌새를 이용, 아첨꾼들로부터 적당히 돈을 빌려서 챙겼다. 시장의 딸에게 청혼까지 한다. 시장은 자신의 비리가 한방에 해결됐으며, 잘난 사위 덕분에 크게 출세할 수 있다는 꿈으로 흡족했다. “잘했어, 시장! 이렇게 일이 풀리다니!” 그러나 흘레스타코프가 그들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친구에게 쓴 편지를 몰래 뜯어본 우체국장이 사실을 알린다. 그 녀석은 아무것도 아니다. 시장의 꿈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내가 어떻게 늙어빠진 등신이 된 건가? …온 세상 사람을 다 속여 넘긴다는 늙은 여우나 사기꾼들까지 내가 낚아채지 않았는가 말이야!” 마지막 장에는 헌병이 등장하여 칙명을 받고 오는 진짜 감찰관이 그들 모두를 호출했다는 소식을 알린다. 무대의 등장인물들은 1분 30초 동안 어안이 벙벙한 자세를 유지하고 막이 내린다.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1809~1852) 초상화. 이미지=위키피디아

흘레스타코프는 자신이 감찰관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부패와 탐욕에 찌든 시장의 자기기만이  먼저였다. 시장은 1막 1장에서 “나는 적어도 신앙만은 깊어서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에 간단 말이오”라는 말로 신앙을 뽐냈다. 시장이 ‘행함이 뒷받침 되는 신앙(약 2:14-26)’으로 생활했다면 흘레스타코프를 감찰관으로 착각하고 농락당할 이유는 없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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