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6-27 11:48 (월)
‘여성연구원 1호’…연구소 내 모성보호실을 만들다
‘여성연구원 1호’…연구소 내 모성보호실을 만들다
  • 김재호
  • 승인 2021.11.17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④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사업부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네 번째는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사업부장이다.

​“일단 한번 해보자!”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사업부장의 신념이다. 여성으로서 사회적 편견에 맞서기 위해선 누군가는 시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훌륭한 연구원을 넘어 독보적인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선 선배 여성과학자들이 먼저 그 길을 가야 한다. 그렇게 주성진 부장은 입사 동기 78명 중 유일한 여성연구원이자 국방과학연구소 여성연구원 1호가 되었다.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사업부장은 현재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이사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위원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양대에서 수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진=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주성진 부장은 한양대에서 수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수학’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진로를 탐색했다면, 지금의 주성진은 결코 존재하지 못했을 터. 그녀는 “더 다양한 분야에 더 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직업의 세계는 확장되고 선택의 기회는 많아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공계 여성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때 ‘국방과학’이라는 분야도 고려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는 전자, 기계, 수학 등 모든 이공학부터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있다. 

입사 후 주성진 부장에게 주어진 것은 자주포와 소총 개발 과제였다. 주 부장은 ““그 당시 포가 뭐고 총이 뭔지 구별도 안 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감도 없었다”라며 “하지만 그 차이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채워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를 채우다

주성진 부장을 힘들게 했던 건 ‘여성’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편견이었다. 어느 곳을 가도 더 많은 시선을 받아야 했고, 작은 실수도 여성이기에 더 크게 부각 됐다. 동료들의 날 선 시선과 무심히 던지는 말이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편견을 이겨내고 여성이 아닌 연구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도와준 이도 함께 하는 동료였다. 

다음 이야기는 편견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처음으로 사격장에 나갔던 날이었. 사수들이 저를 보고는 우리 팀장에게 거세게 항의를 했다. ‘왜 여자를 여기에 데리고 오느냐’고. 이를 꽉 물고 ‘일하러 왔다’고 하려는데, 한발 앞서 팀장이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성진 연구원은 앞으로도 계속 올 거니까 너희들이 생각을 바꿔라."

여성과 남성을 넘어 ‘안전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개발한 무기를 시험하기 위해 출장을 가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출장 파트너로 여성인 주성진 부장을 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사격장에 가면 연구원들도 무거운 장비를 들어야 하는데, 파트너가 여성이면 내가 혼자 고생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기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가며 연구에 매진하다 보니 ‘나라를 지키는 일’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이 생겼고, 우리나라 국방과학 기술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주 부장의 용기 있는 한걸음은 국방과학연구소 내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연구원과 행정직원까지 연구원 내의 모든 여성을 위한 ‘여성 개발회’를 설립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재단(위셋)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소 내에 모성보호실을 만든 것은 주성진 부장을 포함 여성개발회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성과다. 

여성 과기인들을 위한 주성진 부장의 노력은 국방과학연구소 담장을 넘어 더 많은 기관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위셋에 연구기관 간 멘토링 사업을 제안해 국방과학연구소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고, 이를 통해 여러 연구원에 여성협회와 모성보호실이 연달아 생겨났다. 주 부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여성협회 창단식에 참여해 “오늘 항우연은 가장 성능 좋은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라는 축사를 남겼다. 

주성진 부장은 33년 전 국방과학연구소의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것, 그리고 그 해에 국방과학연구소가 처음으로 여성에게도 문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했다. 먼저 행운을 거머쥔 자로서 책임감으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넓혀온 주성진 부장. 10년의 연구원 생활, 10년의 참모진 활동, 그중 대외협력실장으로 전세계 국방과학연구소와 기술협력 하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 국방기술사업부장으로 국방과학 기술을 민간으로 확장하는 일에 매진 중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