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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초연결시대의 공학
[학이사] 초연결시대의 공학
  • 김동립
  • 승인 2021.11.16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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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_김동립 한양대 기계공학부 부교수

필자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기계공학이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기계장치를 개발하는 학문으로 생각들 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기계공학을 시스템공학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이디어를 실체가 있는 대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디어와 실체를 연결시켜주는 학문이 기계공학이라고 할 수 있고,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의 첨단기술과 전통기계에 이르기까지 꽤나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신소재도 마찬가지이다. 우수한 특성을 가진 신소재를 기계장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소재를 원하는 대로 가공할 수 있는 공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가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도 요리솜씨가 형편없으면 풍미를 내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런 까닭에 요리에 해당되는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실체로 연결시키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산은 앞서 언급한 기술들이 융합되어 있는 총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일만 개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 중 치명적인 불량이 한 개 생겼다면 고객의 안전에 큰 위협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생산 공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머리카락의 10만 분의 1 굵기라고 유명한 나노(nano)에 대해서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미국 대학원 박사과정 때 기계공학과 내에서 나노기술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였다. 나노 크기의 소자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성능을 발현할 수 있는 사실에 꽤나 흥분하고, 재미있게 연구하였다. 한 번은 대학에서 주최하는 워크샵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다양한 기업의 인사들이 참여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프로젝트로도 이어지는 자리였다. 그때 내가 만난 어느 기업의 인사분께서 나에게 해준 말은 나의 연구방향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나노소재를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고자 할 때 사람들은 가능성에 열광하는데, 어떻게 불량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생산 공정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제품으로는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99% 같은 성능을 확인하였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100개를 만들었을 때 1개는 불량이 나온다는 의미로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제품 생산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당시 꽤나 충격적이었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확인한 잘 나온 결과를 가지고 가능성을 검증했다고 흥분하던 박사과정 대학원생에겐 가혹한 이야기처럼도 들렸지만, 내가 교수가 된 후 연구 방향을 정립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 지도교수님께서는 내가 교수로 임용되어 귀국할 때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싶냐고 물어봤고, 나는 나노소재를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 

한양대에 부임하여 나노소재로 이야기될 수 있는 기능성 소재를 제품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기계 중에서 에너지변환기기를 다루면서 에너지변환에 대해서 배우는 열역학에 대해 강의하였다. 그랬더니 학부생들에게는 필자의 정체성이 꽤나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많이 받은 질문이 “교수님은 재료를 연구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열에 대해 연구하시는 겁니까?”였다. 한동안은 하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나에게도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재료라고 답변해야 할까? 아니면 열이라고 답변해야 할까? 나도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결국 필자는 처음에 마음먹었던 그 생각에 다시 돌아왔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열에 의해서 재료가 변형되는 것은 누가 연구해야 하는 것이니? 열 전문가니? 아님 재료 전문가니?” 결국 문제해결에 있어서는 이분법적인 분리주의적 사고가 아니라 융합적인 사고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융합은 기술 간의 융합이 다가 아니다. 인문학과 공학과의 융합이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제품 디자인에 대해 수업하는데 여기에서 소비자의 니즈와 감성이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필자의 연구팀이 개발한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도 소재와 제품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메타물질은 자연에서 볼 수 없는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된 신소재를 의미한다. 복사냉각 메타물질이란 태양열의 유입을 차단해 타깃의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신소재를 의미한다. 기존의 복사냉각 메타물질은 대부분 하얀색을 띠고 있다. 최대한 태양 빛을 반사하고, 태양열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누구나 한여름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차 안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유리의 본연의 성능은 유지하되 들어오는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온도를 꽤나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만약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투명하게만 만들 수 있다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품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페인트처럼 쉽게 바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재료를 오일 속에 담갔을 때 재료의 윤곽이 잘 보이지 않아 유심히 살펴봤던 우연한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후 실패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투명한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잘 모르는 물리학적 원리 등에 대해서는 관련 박사님들께 직접 물어보고 상의했다. 태양의 직사광선에 노출된 물체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검증했을 때 같이 연구한 대학원생들과 함께 뛸 듯이 기뻐했다. 실내 온도를 1도 낮추는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런 측면에서 더욱 의의가 있었다.

현재에는 여름에는 더욱 시원하고, 겨울에는 더욱 따뜻한 유리도 개발 중에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여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능성 소재를 실제 제품에 연결시키는 연구가 한창이다. 필자의 철학에 공감해주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구했던 대학원생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탄소중립실현이라는 구호가 전 세계적으로 한창이다.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의 줄임말인 ESG도 한창이다. 삶의 질도 윤택해져야 한다. 일방적인 희생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물론 한 우물 파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성과가 실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융합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융합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김동립 한양대 기계공학부 부교수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기계기술연구소장이며, 나노소재의 제품화를 위한 설계와 공정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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