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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달고 베끼면 표절 아닌가
각주 달고 베끼면 표절 아닌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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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기획연재: (1)풍수학계 표절 논란

▲위에서 보듯 ㄱ교수의 논문 도입부가 ㅅ교수의 논문 중반부에서 거의 그대로 무단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ㅅ교수의 논문 중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총 10부분을 넘어선다. ©

풍수학계에서 표절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사상사학’ 제17집에 발표된 경북 ㄷ대 ㅅ교수의 ‘현륭원 천원과 화성건설을 통해 본 정조의 풍수지리관’이란 논문이 “내 책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문제를 제기한 주인공은 전북 ㅇ대 ㄱ교수로 그는 ㅅ교수의 상기 논문 1, 2장이 자신의 저서 ‘조선 풍수학인의 생애와 논쟁’(궁리 刊, 2000)의 ‘정조’·‘윤선도’ 2장을 요약, 정리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ㄱ교수는 ㅅ교수의 논문을 게재한 한국사상사학회에 표절의혹을 제기하고 해당 논문에 대한 재심을 요구했고, 그로부터 1년후 한국사상사학회는 3인의 특별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재심을 했으나 “일부 독창적 업적으로 보기에 미진한 부분이 있고, 각주의 제시가 충실하지 못했지만, 표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는 결론을 보내왔다. 그러나 ㄱ교수는 이에 불응하고, 한국사상사학회의 의견에 대한 반론문을 학회지에 싣거나 공개토론을 벌여볼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조광 고려대 교수(한국사)는 “재심해서 결론이 나 추가논의는 필요없다”라고 답변했다.

ㅅ교수의 논문 1, 2장이 ㄱ교수 논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논문의 전체적과 원문 인용이 많이 일치하며, 인용문 앞뒤의 문장에서 특히 유사함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ㅅ교수는 논문 초입에서 “ㄱ교수의 저서에 도움 받은 바가 크다”고 각주를 달았으며, 129~130쪽에 대해서는 “ㄱ교수의 책 400~402쪽을 참고해 정리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ㄱ교수는 “각주가 표시되지 않은 상당부분에서 인용을 밝히지 않고 똑같은 문장에 똑같은 주장을 마치 자신의 견해인 것처럼 하고 있어 명백한 표절”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ㄱ교수는 학계 선배인 김교빈 호서대 교수에게 자문을 구해 “명백한 표절”이라는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ㅅ교수는 “한국사상사학회가 심사했듯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불충분한 인용처리에 대해서는 “ㄱ교수에게 해명하려고 찾아갔으나,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만나주지 않았다”라고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한국사상사학회 측은 문제가 제기된 이후 “ㅅ교수의 논문에 일부 문제가 있다”라면서 거듭되는 ㄱ교수의 문제제기가 있자  ㅅ교수에게 “당사자에게 직접 해명하라고 권했고”, ㄱ교수 또한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것을 약속한다면 공개적으로 문제삼지는 않겠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사상사학회 측에게 통보를 받고 “해명하겠다”라고 한 ㅅ교수는 1년이 넘도록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ㄱ교수는 ㅅ교수의 논문 ‘남사고의 풍수지리사상’이란 논문도 위에서 언급한 자신의 책 “261~271쪽을 표절한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지난 2000년 한 학술대회에서 ㅅ교수가 발표한 발제문을 토대로 한 것이며, 당시 지정토론자로 참가한 ㄱ교수는 “내 책과 많이 유사하고 똑같은 부분도 있었으나 각주를 달지 않아, 전거를 밝힐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 후 책으로 간행될 때 ㅅ교수는 “ㄱ교수의 책에 도움 받은 바가 크다”라고 표시하고, 글 말미에 두 번 ㄱ교수를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ㄱ교수는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 “학술서가 출처를 언급하고 말바꾸기 해 몇 개 설명의 논평을 붙이더라도 전체가 말바꾸기한 글로만 채워졌다면 표절”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정표가 될만한 다른 이의 생각/표현을 끌어다 논의할 수 있지만 정당한 방법과 범위로 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표절”이라는 것도 명문화돼 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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