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5:50 (금)
임시이사 체제, 이대로 좋은가
임시이사 체제, 이대로 좋은가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8.29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실 파악 못하고 좌충우돌…구조적 한계에 좌절하기도

임시이사 파견은 사학비리 재단을 몰아낼 수 있는 분규 대학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임시이사 체제가 분규대학 정상화를 위한 장밋빛 희망이 될 수 있는지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은 4년제 대학 13개, 2년제 대학 6개로 총 19개 대학이다. 그러나 이들 중 과반수가 넘는 대학들이 임시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했거나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임시이사체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 임시이사를 통한 비리사학 정상화에 문제가 있음이 속속 들어나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논란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경기대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경기대 임시 이사회는 이창복 이사장 체제로 이사진이 꾸려진 지난 1월 이후 5월까지 6명 중 이사장을 제외한 5명의 이사 전원이 교체될 정도로 임시 이사회 구성에 혼선을 겪었다. 올 8월에는 직원노조가 임시 이사회가 교비를 부당 지출하고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허가없이 2억원을 불법 차입해 업무추진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됐다. 이에 따라 직원노조는 임시 이사진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총학생회와 졸업동문으로 구성된 ‘민주동문회’는 이를 반대하면서 구성원간 갈등도 극으로 치닫고 있다.

직원노조는 “임시 이사회가 불법 차입금 2억원을 변제하기 위해 환수한 교비를 돌려달라고 하는 등 상식에 어긋난 처사를 거듭했다”라며 이사진 전원 퇴진 요구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998년 경기학원이 산그림 호텔(충북 괴산 소재)을 교비로 사들인 것이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나 지난 2003년 28억원 중 5억원만을 교비에 되돌려 놓은 상황에서, 임시 이사회가 최근 문제가 된 2억원을 갚기 위해 “환수한 5억원을 돌려 달라”고 한 것.

지난 26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이창복 이사장을 비롯 지난 5월 이후 새로 선임된 박병섭, 안병욱, 이상철 이사와 이기욱 감사가 사임했다. 안병욱 전 임시이사는 “법인 운영에 있어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임시 이사들의 대학개혁 의지마저 문제 삼는다면 임시이사가 남아서 할 일이 없어진다”라며 사임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창복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의 사임으로 경기대는 지난해 12월 임시 이사진이 구성된 이후 한차례 임시 이사진이 교체(윤경로, 박은정, 최종현, 김현구, 오정구 이사 사퇴)된 후 4개월 만에 또다시 경기대 임시 이사진의 진용을 새로 꾸려야 하는 등 혼란을 거듭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임시 이사진이 ‘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방식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임시 이사진의 사임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직원노조가 제기한 부당 지출된 교비, 어긋난 절차에 따라 차입된 2억 원을 어떻게 변제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로 선임될 임시 이사진이 이 책임을 떠맡게 되면 정상화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노조는 “이창복 이사장의 사임의 뜻을 존중한다”라면서 “이사장의 공과를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불법 사실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비리 의혹에 직접 관여한 법인 사무국장 등을 검찰 고발해 진상을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대는 총장 직무대행 시절부터 현재 총장이 선출되고도 보직인선이 미뤄지는 등 학내 정상화에 계속 차질을 빚어오기도 했다. 특히 경기대 소속 교수들의 피선거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적법한 총장 선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병수 경기대 교수(건축공학) 등도 지난 24일 “경기학원 이사회 구성 및 의결사항과 총장선임은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천무효”라며 서울지방법원에 두 건의 무효 청구소송을 내놓은 상태다. 조 교수는 지난 3월 임시 이사회에서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면서 교내 모든 교수들의 후보등록을 금지한 규정은 헌법의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경기대 임시 이사회는 정치인 출신으로 대학사정을 잘 모르는 이사장이 준비없이 대학운영을 맡다 보니, 좌충우돌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경기대뿐만 아니라 덕성여대(이사장 이해동) 등 교육계가 아닌 정치, 사회 인사들을 임시 이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임시이사체제에 문제가 불거지곤 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임시 이사를 파견하기 전에 이사들에게 해당 대학의 분규 사태와 대학운영 전반에 대해 철저한 사전 교육을 하는 한편, 임시 이사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사태 파악에 힘써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재정 타개책 없어…속수무책
경기대에 비해 한중대(전 동해대)와 강원관광대학은 임시 이사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중대의 가장 큰 문제는 임시 이사진이 재정 악화를 타개할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등록금만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해 9개월째 교수,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있지만, 임시이사회는 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 재단이 횡령한 교비를 환수하기 위해 환수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숨겨둔 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용 재산의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이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총액이 설립 기준에도 미치지 못해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홍치유 임시 이사장은 지난 8월 취임 당시 “빈약한 대학재정 확충을 위해 학교 수익용 재산을 처분하고 학교발전기금을 모금해 5백억 원의 학교운영자금을 조성,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라고 공언했지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관광대학(이사장 김하준)은 교육부 감사 이후 2002년 처음 임시이사가 파견됐지만 지난 6월, 전국교수노조 강원관광대학지회(지회장 오영식 건축학)를 중심으로 교육부 특별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강원관광대학지회는 임시이사회에 대해 △교직원 법정 부담금인 4대 보험료를 교비에서 사용하고 전입하지 않은 점 △학교 수익용 재산의 임대 수입을 학교비로 전입하지 않은 점 등 교비 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임시 이사회에서는 “법인이 법정 부담금을 지불할 재정적 능력이 안 되는데다, 서울 반포 교육장 매입건은 설립자가 불법으로 매수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 정상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임시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기도 한다.

김포대학 교수협의회(회장 이병선 전자학)는 선임 무효로 물러난 전임 학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를 임시 이사회가 학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는 이유로 임시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교육부 감사 이후 직무가 정지된 학장에게 5개월간 월급을 지급하고, 이를 환수하지 않은 것도 ‘업무상 배임’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포대학 이사회(이사장 김헌규)는 “선임 무효된 학장이 임명한 보직 교수라고 해서, 학장 직무대행을 맡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이사회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전임 학장의 월급은 가처분 신청이 계류 중일 때 지급된 것이고 신청이 기각된 후, 환수하기로 결정돼 현재 회수 조치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헌규 이사장은 “법정 소송으로 불거져 계류 중인 사건이 많은데다 구성원간 갈등이 첨예해 학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말,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덕성여대는 지난해 이해동 이사장의 연간 급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지출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003년 국정감사에서는 이해동 이사장의 연간 급여가 1억5백64만 원로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후 덕성여대는 교육부 시정명령을 통해 급여수준을 3분의 2 수준으로 줄였다.

고신대(이사장 이우준)는 2003년 임시이사가 처음 파견된 후 2년 동안 4명의 이사장이 교체됐다. 1대 김민남 이사장은 총장 선임 이후 5개월 만에 자진사퇴하고 2대 임광식 이사장(부산대 교수)은 부속 병원장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1년 만에 사퇴해, 이후 3개월간 이사장 자리는 공백이었다. 정순택 전 부산시 교육감이 지난해 12월 부임했지만 또다시 3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렇게 대학 운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임시 이사장들이 자주 교체되다 보니, 대학 정상화도 요원하다. 부속병원인 복음병원이 부도가 나 교직원들의 임금 총 4백억 원이 체불됐지만, 임시 이사회는 속수무책이다. 조정환 교수협의회 회장(화학)은 “임시이사장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다 보니, 부속병원 부도 등 어려운 일이 생기면 사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툭’ 하면 사퇴…구 재단 입장 대변 ‘물의’
어렵게 임시이사가 파견된 세종대는 구 재단측 잔류이사들로 골치를 썩고 있다. 구 재단, 구성원, 교육부가 각각 3명의 임시 이사를 추천해 구성된 현 임시 이사회가 서로 다른 입장들로 대학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김동우 교수 등 해직교수 복직 건, 총장 직무대행 선임 건 등 학내 정상화를 위한 안건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지만 구 재단측 이사들의 이견으로 이사회 운영에 잡음이 들려오는 것. 이에 세종대 교수협의회(회장 박주용, 교육학)를 비롯한 총학생회, 직원노조 등 구성원들은 ‘학내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 재단 잔류 이사인 박현근, 임창무 이사 등의 자진사퇴와 임시이사 교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시이사들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불만과 의혹이 증폭돼 임시 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 경우도 있다. 서일대학은 지난해 9월, 구성원들의 요구로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장이 퇴진했다. 명목상으로는 자진사퇴였지만, 교협 등 구성원들의 사퇴 압력에 교육부마저 사퇴를 권고하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 양재도 전 임시이사장은 업무 시간에 교비로 골프를 친 비리 학장에 대해 교비 환수 조치를 하지 않아 구성원들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서일대학은 양 임시이사장과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고 장임원 현 임시 이사장 등 새 이사진이 꾸려진 상태다.

임시이사는 사학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에게는 계륵으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적으로 구성된 임시이사가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투명하게 대학운영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만큼이나 임시이사가 오히려 대학 정상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사학)는 “임시이사가 잘못하면 구성원들이 불안해진다. 잘못이 있다고 물러나라고 하면, 구 재단이 복귀할 여지를 주게 되고 그렇다고 마냥 잘못을 지켜볼 수도 없는 처지”라고 임시이사 파견대학 구성원들의 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조영혜 · 김봉억 기자 editor@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임시이사 2005-08-31 00:54:28
/

영남대
1989년 이래,장기간 임시 이사회 체제 문제.

조선대,대구대,원광대,한국외대,상지대 등의 임시 이사체제를 척결해야 한다.


모두가 한결같이 교수 확보율 법정미달 대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