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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길…졸속 추진에는 반대”
“피할 수 없는 길…졸속 추진에는 반대”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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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급물살 타는 국립대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공론화 과정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법인화는 반대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법인화 골격이 알려진 가운데 당장 9월 앞으로 다가온 입법 움직임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대학운영의 실무책임을 맡은 기획처장이나 대학정책의 비판기능을 맡고 있는 교수회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월초까지만 해도 “국립대 법인화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던 교육부의 입장이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자율적으로 선택하면 인센티브 부여”라는 국립대 법인화 추진의사를 밝히자 교육부 실무부서의 움직임도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현 시점에서 국립대 법인화 추진은 입법추진의 절차적 문제 뿐 아니라 고등교육정책 전반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제기돼 왔던 교육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에 따른 불신도 극에 다른 형국이다.

 교육부의 국립대 법인화 추진 반대의 이면에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상반기 내내 권역별 국립대학간 통폐합 움직움에 몸살을 앓았던 국립대학들은 “정원감축분만큼 결손분을 보전해 주겠다던 교육부의 입장도 지금은 명확하지 않다”라며 교육부의 정책혼선에 따른 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꼬집었다.

 통폐합 추진을 성사시킨 대학의 기획처장은 “처음 약속대로 통폐합을 추진한 대학에게 지원한다던 2백억 원도 못받게 생겼다”면서 “교육부의 통합 지원프로그램을 보면 법인화 프로그램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기획처장은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학교에서는 법인화 말도 못꺼낸다”라고 말했다.

당장 국립대 법인화를 선택할 수 있는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도 “아직 공론화 한적도 없고, 1천5백억원의 기금으로는 재정자립은 어림도 없다”고 밝혔다. 국립대 가운데 기부금 수입도 가장 많지만 결국, 안정적인 수입원은 등록금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전폭적인 재정지원없이 현 수준의 재정지원으로는 국립대 법인화로 갈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오는 31일 국립대 법인화를 비롯 국회의원 발의로 계류중인 의원입법(안)들의 문제점에 대한 심포지엄을 가질 계획이다. ‘대학은 정부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야 하는가?’라는 주제 발표를 맡은 김광웅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특수법인화로 정부가 대학의 존재를 왜곡하고 위상을 전락시키고 있는데 대학을 학문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단지 경영위주의 경제주체로 전제하는 것”이라며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통제와 간섭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적 선택에 따라 법인화 전환을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신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법인화로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 한해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형식은 자율적이지만 강제적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법인화 전환에 대한 핵심 쟁점은 ‘재정 확충’여부다. 차은종 충북대 기획처장은 “재정담보가 안되면 법인화는 무의미하다”면서 “재정이 약하면 자율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육부는 현 수준의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과연, 현재보다 예산을 더 지원해 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이사회 구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현재 교육부 안에는 이사장과 총장의 겸직을 금지시켜 놓았는데 교육부 장관이 추천할 수 있는 인원수도 2명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사회 구성에 따라 총장 선임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자칫 교육부 통제가 강화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교수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교련은 교육부가 정치적으로 밀어부친다면 정치적으로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교련(회장 김송희 강원대 교수평의회장)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무주리조트에서 제3차 회장단 회의를 갖고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 자율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고등교육의 공공성 포기에 다름 아니며 오히려 대학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모았다.

 2학기 개강과 함께 교수를 비롯 직원, 학생들의 국립대 법인화 반대 움직임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교육부가 특별법 제정 추진을 강행할 경우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수면위로 떠오른 ‘국립대 특수법인화’는 올해 상반기 국립대 통폐합 추진에 이어 하반기 국립대 구조개혁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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