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면 아무런 상관없이 병존하는 대상들이 경이로운 관계에 돌입하던 순간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공사장 방진천막 밖으로 삐죽이 나온 두 나무와 그 사이를 지나는 사내의 얼굴이 불안한 역삼각의 구도를 이루던 순간, 나무와 사내는 절망과 의지의 이모티콘이 되어 찰라(엄밀하게는 1/125초)의 시공간을 재구성했다. 빛이 충만한 날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아마도 ‘안테나’가 바짝 올라가 있었나 보다.
이병태 / 춘천교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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