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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눈: "살아보자"
아마추어의 눈: "살아보자"
  • 이병태 춘천교대
  • 승인 2005.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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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풍부한 날은 출사가 즐겁다. 범상한 사물이나 장면에 어떤 심오함이나 아름다움이 깃드는 마법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문제는 마법의 충만함이 출사의 기쁨에 결정적인 것일 뿐 좋은 사진을 찍는 데는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건이 좋지 않을 때는 주관의 안테나가 심미적 수신의 감도를 높이기 마련이니까.


이 사진을 보면 아무런 상관없이 병존하는 대상들이 경이로운 관계에 돌입하던 순간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공사장 방진천막 밖으로 삐죽이 나온 두 나무와 그 사이를 지나는 사내의 얼굴이 불안한 역삼각의 구도를 이루던 순간, 나무와 사내는 절망과 의지의 이모티콘이 되어 찰라(엄밀하게는 1/125초)의 시공간을 재구성했다. 빛이 충만한 날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아마도 ‘안테나’가 바짝 올라가 있었나 보다.

이병태 / 춘천교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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