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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식물들
사악한 식물들
  • 이지원
  • 승인 2021.11.0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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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 조영학 옮김 | 조너선 로젠 그림 | 글항아리 | 252쪽

우리 집 정원에 펼쳐진

사악한 식물들의 범죄 왕국 이야기

이 책에는 각종 유명한 미스터리 작품을 낳은 작가, 에이미 스튜어트가 선보이는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식물들의 세계가 담겨 있다. 원예가를 자처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식물들, 심지어 아름다워서 정원수나 실내 인테리어로 인기가 많은 아름다운 원예 품종들까지 알고 보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사악한 본성을 감추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

실제로 우리는 청정한 산속에 들어가거나 하이킹 중에 맛깔스러운 나무 열매나 산나물을 보면 별 의심 없이 뜯어먹어 보곤 한다. 집의 콘센트나 책상 모서리에 아이가 다칠까 봐 커버까지 씌울 정도로 조심하는 사람들이라도 주방에 놓은 화분 식물이나 정원에 이리저리 난 관목을 보고 자연의 산물이 무슨 해를 끼치겠냐며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식물들을 포함하여, 독성이 강하다는 투구꽃에서부터 소크라테스를 죽인 독당근, 링컨의 어머니를 죽음의 늪으로 이끈 풀, 심지어 마약의 원료인 코카나무와 담배, 대마 같은 식물들마저 식물계 범죄 왕국 유명한 범죄자임을 여러 가지 역사적 일화와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을까 하는 사연과 함께 흥미롭게 서술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우리는 주변의 흔한 식물들이 사실은 잠재적 범죄자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고, 그래서 함부로 산에 오르거나 심지어 정원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두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 특유의 다정한 문체와 대자연의 사악한 식물 범죄자들을 마치 미스터리 소설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악당으로 대함으로써, 식물이 때때로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저자가 식물들의 풀잎 하나에 공포감을 느끼라고 쓴 책이라기보다 매력적인 열매와 꽃으로 유혹하는 식물들의 범죄성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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