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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학에서 발생한 남녀갈등 사건의 전말은?
중국대학에서 발생한 남녀갈등 사건의 전말은?
  • 조대호
  • 승인 2021.11.0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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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경 소재 모 대학에서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남녀갈등은 중국 전역을 꽤 들썩이게 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 역시 이를 대문짝만하게 기사로 실었던 이 사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해당 학교는 필자의 모교와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고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우리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연일 뜨거운 논쟁으로 번져나갔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남녀학생의 성비 불균형으로 학교 측은, 새로운 기숙사에 남학생을 1~3층에 여학생을 4~13층에 분배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학생이 기숙사에 건의했다. 건의 내용은 저녁 샤워 시간에 남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다. 여학생들이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갈 때 남학생과 마주치면 부끄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이에 동조하거나 합당하지 못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얼마 후 이 소식이 학교 전역으로 퍼지자 남학생들도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갈등은 점차 심화 됐다. 남학생들은 여학생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입장에 대해 이해는 하면서도, 남학생이 기숙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아야 하는 규정이 명문화된 것이 있냐며, 여학생들의 요구가 대단히 이기적이라 맞받아쳤다. 며칠 안 돼 이 소식은 중국 대학가로 퍼져나갔고 문제가 지나치게 확산하면서 학교 측은 잠정적으로 해당 기숙사의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지시키며, 학생들에게 “자신이 내뱉은 언행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타일렀다. 여기까지는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었고 내부 학생만 알 수 있는 ‘후속’ 이야기는 말미에 적어두겠다.

중국은 1949년 신중국이 성립된 이후로 여(女)권이 대폭 신장한 국가 중에 하나면서 동시에 현재 다른 국가와도 비교했을 때 남녀평등 수치가 대단히 높은 나라에 속한다. 이러한 점은 대개 공산주의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사람을 성별로 구분하지 않고 서로를 ‘동무’, ‘동지’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의 직무에서도 여성이 고루 분포되어 있고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다른 국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변 친구의 귀띔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여자들의 기가 너무 세서 중국 남자들이 비교적 남편에게 온화한 한국이나 일본 여자를 1등 신붓감으로 고려하고 있는 추세라 한다. 이를 보건대 중국의 여(女)권이 한국보다 우세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임이 틀림없다.

필자가 유학 생활을 하며 봤던 중국인의 남녀 인식은 남녀 모두가 신체조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과는 다르게 남자라서, 여자라서라는 생각보다는 중국인들은 내가 잘나서, 못나서가 먼저였다. 이들에게 성별을 구별하는 행위는 오히려 스스로를 구차하게 만드는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능력이 나보다 좋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존중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점들은 한국도 중국에 견주었을 때 생각 외로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임을 내게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남녀 갈등의 후속 이야기를 듣게 되니 약간의 실소가 지어졌다. 해당 학교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학교 측으로부터 여학생은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고 남학생은 중국식 표현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참회의 시간’을 갖도록 하였으며 고층에 사는 여학생들로부터 일제히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여학생들 가운데서는 엘리베이터의 잠정 중단을 놓고 ‘남성의 최종 승리’라고 표현하며, 학교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을 엄금했다. 

오늘날의 중국, 때로는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점들이 많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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