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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는 망가지고 소수 자본가는 대박났다
공유지는 망가지고 소수 자본가는 대박났다
  • 유무수
  • 승인 2021.10.29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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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공유지의 약탈』 가이 스탠딩 지음 | 안효상 옮김 | 창비 | 504쪽

마가렛 대처 정부가 추진한 민영화
다수가 불안정한 임시노동으로 전락

 
영국 런던대 교수인 저자는 서문에서 영국병을 치유했다는 소문이 났던 대처 수상을 냉소했다. 저자는 “공감, 이타주의, 호혜성, 연대, 타자와 이방인에 대한 관용”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키워낸 공유지(Commons, 공유자가 이용하는 공동자원)가 인클로저, 상업화, 민영화, 식민화, 방치로 상실되어온 경향, 특히 대처 정부 시절 이후를 탄식한다. “(현대의) 자연 공유지의 약탈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가 촉발한 사유화 광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정부의 긴축 프로그램으로 삼림위원회의 예산이 삭감되었고 위원회는 민간기업에 삼림토지의 상업화를 허용했다. 기업은 경치 좋은 지역에 호화숙소를 지어 장사를 하고 그 지역을 통제한다. 일반 대중은 예전처럼 자유롭게 그 숲을 향유할 수 없다.

2013년 정부는 사회공유지인 우편 서비스를 민영화했고, 새로운 소유자들은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그들은 민영화 이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논리에 의거, 비용절감을 위해 52개 우체국의 문을 닫았고 대중은 불편해졌다.    

1993년 이래 영국은 철도를 민영화했다. 정부는 해당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퍼주었고 요금은 치솟았다. 이윤의 많은 부분은 해외 투자 기업의 배당금으로 빠져나갔다. 효율이 떨어지는 농촌지역 3천 개 이상의 노선이 축소되거나 폐지되어 농촌 지역 거주자들은 문화적으로 더욱 궁핍해졌다.

2009년에 런던 시장의 본부와 그 부지는 쿠웨이트 자산그룹에 매각됐다. 2010년 이후 중앙정부의 긴축재정으로 가로수 관리가 스페인 다국적 기업에 넘어갔고, 그들은 도시의 나무를 대량  베어냈다.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열심인 대학들은 낮은 임대료의 학생기숙사를 러시아, 중동 등의 대형 자본가들에게 팔았고, 임대료는 치솟았다. 영국 당국은 북해 석유 시추권을 급매로 다국적 기업에 넘겼으며, 여기서 나온 이윤은 국외로 유출됐고, 석유 생산의 큰 부분은 중국의 국영기업이 차지했다.

전화, 수도, 전기, 가스, 치안, 소방, 도서관, 사회주택, 국민건강서비스, 오솔길, 놀이터 등 공유지는 망가졌고 국내외 소수 자본가는 대박쳤다. 부유층 주도, 신자유주의 노선의 나라는 다수의 사람들이 점점 프레카리아트(precariat, 임시일자리, 파견노동, 유연한 스케줄, 불안정한 노동의 삶을 사는 계급)화된다. 그래서 저자는 영국의 역사에서 1217년의 자유대헌장과 삼림헌장의 정신으로 거슬러 올라가 공유지의 재생을 외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의 “홍익인간과 향약의 에토스”를 언급하며 공동체주의에 공명했고, 공유지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통해 기본소득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처 시절에는 자유주의가 요청됐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금은 공동체주의가 절실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절충이 필요해 보인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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