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빛과 그림자’ 좌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가 너무 성급했고 실체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26일 카이스트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와 <교수신문>은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 좌담회를 열고, 교수신문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디지털 혁명과 구분없는 유행 △실체 없이 부풀려진 기술담론 △직관적인 이해 불가능함과 추후 정책 적용에서의 미흡 △산업현장의 목소리 부재 등을 비판했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김소영 카이스트 교수(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장)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과연 지난 정부와 같은 또 다른 슬로건인지 아니면 디지털 전환의 실체가 있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4차 산업혁명의 인류사적 의미와 대안적 미래의 상상」 발표에서 “아픈 곳을 배려하는 4차 산업혁명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과학기술이 자본주의와 분리되면 인류의 공존과 협력을 추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기 정부의 과제로 △기술결정주의와 추격기술 탈피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 지원 △노동존중과 약자를 우선 배려한 글로벌 그린뉴딜 등을 제안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IT정책전문대학원)는 「혁신의 기술 너머가 필요하다」 발표를 통해 “기술 혁신이 곧 사회 혁신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술 물신·기술 숭배가 늘어났다”라며 “4차 산업혁명은 실체가 없음에도 과잉화 된 기술담론이 유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성장주의적 맥락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화철 한동대 교수(글로벌리더십학부)는 「4차 산업혁명, 거짓말인가 실패한 구호인가?」 발표에서 “실제 과학기술 개발 현장의 필요나 방향과는 무관하게 마케팅 용어가 됐다”라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개념처럼 느껴졌으나 합의된 정의가 없어 각 주체가 본인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설명되었다”라며 “미래 트렌드를 지칭하는 개념을 정책의 키워드로 잡고서도 대응 전략이 부재해 혼란이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손 교수는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구호에 대해 “‘녹색성장’ 혹은 ‘잘 살아보세’가 가졌던 명징성과 확장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