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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산행 안내서’를 찾아서
최고의 ‘산행 안내서’를 찾아서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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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안내’에서 종합정보·식생 안내까지 소개, 산행 안내서도 진화해

“좋은 산행 안내서란 첫째, 산행 목적과 기간에 알맞은 산행길이 소개돼 있고 둘째, 계절에 따른 산행시 주의사항이 소개돼 있고 셋째, 산의 식생에 대한 관심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원장 대장을 역임한 김영도 등산연구소 소장은 좋은 산행 안내서를 택하는 원칙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최근 5년간 발행된 산행 안내서는 줄잡아 50권 내외이다. 그나마 산행 에세이 등을 합친 산서를 통 털어 이 정도이니, 산행 안내서가 국내에서 활발하게 출간되는 편은 아닌 셈이다.

 

‘한국 400 산행기’, ‘보기 쉽고 정확’ 최고
이 가운데 산악인들이 뽑은 최고의 산행 안내서는 ‘한국 400 산행기’(김형수 저, 깊은솔 刊, 2002)’였다. “보기 쉽고 정확한 지도”와 “얕은 산도 총 망라”라는 두 가지 이유가 전반적이었다. 이 책의 지도는 능선과 계류를 주축으로 한 개념도로, 능선은 주능선, 중간능선, 세능선의 세 종류로 굵기를 달리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산악인 우종영 씨는 “다른 안내서들과 달리, 물의 시작점, 합세점 등을 정확하게 그려내, 산맥을 볼 수 있다”라며 “민박집 전화번호까지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박용규 곰바우 산악회장은 ‘한국 400 산행기’를 두고 “가장 정확한 지도가 실린 산행 안내서”로 꼽으며 “직접 답사를 해 작성한 산행 안내서답게 책만 들고 현지 답사를 해도 가능할 정도로 쉽고 정확하게 묘사해 놨다”라고 평했다. 김우창 동서울 산악회장, 박상도 그린 마운틴 산악회장, 송훈 소나무 산악회장도 ‘한국 400 산행기’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 400 산행기와 막상막하를 겨루던 ‘가이드 한국 100명산(안경호 저, 깊은솔 刊, 2003)은 우리나라 최초의 산행 안내서임에도 “오류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송훈 소나무 산악회장은 “10년 전 ‘가이드 한국 100명산’만 들고 덕유산에 갔다가 길을 잃었던 적이 있다”라며 “원론적인 코스만 자세히 설명해 길을 잃을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이드 한국 100명산’의 지도의 경우, 산행 초입만 줄로 그어졌을 뿐, 봉우리나 명소, 헬기장 등이 표시돼 있지 않아 지도만 보고 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영준 월간 Mountain 기자는 “다른 등산안내서는 거의 이 책을 보고 답사한 후 다시 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최고의 산행 안내서로 꼽아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대해 이구 한국등산중앙연합회 회장은 “산악인들의 손을 가장 많이 탄 산행 안내서이기 때문에 오류를 지적하는 산악인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개론서로 공부하기에는 좋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 밖에 ‘실전 명산순례 700 코스’(홍순섭 저, 깊은솔 刊 , 2004)의 경우, “같은 산의 여러 코스를 700 코스에 포함시켜 코스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지적과 “많은 산을 집대성한 책일수록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내 속에 산을 얻었으니’(신용명 저, 도솔출판사 刊, 2004)와 ‘산 들머리 산 날머리’(우명길 저, (주)에이엠비, 2005) 등 산행 후기와 안내를 접목시켜 놓은 책의 경우, 산의 유래 등이 이야기꺼리는 되지만 지도 등이 없어 산행 안내서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내 속에 산을 얻었으니’는 일제시대 ‘북한산’으로 명명된 후, ‘삼각산’이란 본래 이름을 잃은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아 ‘삼각산’에 관련한 최고의 역사지리서라는 추천에도 불구하고, 산행에 필요한 지도, 산행 시 유의사항 등 산행 안내서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내용들이 빠져 최고의 산행 안내서에 들지 못했다. 특히 “위험한 암벽 코스임에도 장비 없이 어린 딸들과 산을 오르는 사진을 실은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지적한 이들도 있었다.

 

‘실전 백두대간 종주산행’, 등고선 이용한 지형도가 생명
백두대간을 다룬 산행 안내서의 경우, ‘실전 백두대간 종주산행(조선일보사 刊, 2000)’이 단연 최고로 뽑혔다.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 실측해 정확한 내용을 담은 데다 등고선을 이용한 지형도가 탁월하다”는 평이었다. 정갑수 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은 “능선을 따라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의 백두대간을 종주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라며 “일반인이 1박 2일이나 2박 3일 정도로 구간을 나눠서 종주할 수 있도록 장을 구성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실전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제작한 김승진 월간 산 편집부장은 “등산지도의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 등고선을 넣은 지형도를 싣는 것을 꺼려해 개념도가 실리는데, 이 책의 경우 제작비를 감수하고 좋은 지도를 실었다”라고 말했다. 산행 안내서의 경우, 지도 제작에 들어가는 돈이 책 발행비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실전 백두대간 종주산행’ 이전에 나온 산행 안내서인 ‘71일간의 백두대간 종주기’(길춘일 저, 수문출판사 刊, 1997), ‘강승기의 백두대간 종주기’(산악문화 刊 , 2000) 등은 산행 후기에 덧붙여 개념도로 지도를 넣어 산행 안내서의 역할도 하고 있지만, 실측 지도를 실은 ‘실전 백두대간 종주산행’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베스트 셀러인 ‘맹언니의 백두대간 푸른일기’(맹명순 저, 금토 刊, 2000)도 산행 안내서라기보다는 산행 후기 정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밖에도 ‘한국 100명산 지도집(도서출판 산악문화 刊, 2000)’과 ‘신 산경표’(박성태 저, 조선일보사 刊, 2004)가 좋은 산행 안내서로 꼽혔다.

‘한국 100명산 지도집’은 대형 지도식으로 한 장 씩 빼서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가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게으른 산행, 식생에 관심 돌려 산행 문화 바꾸려는 신선한 시도
‘게으른 산행’(우종영 저, 한겨레신문사 刊, 2004)과 ‘사계절 꽃산행’(현진오 저, 궁리 刊, 1995)은 오르고 내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 산행 안내서와 달리, 식생을 다뤘다는 데 특징이 있어 생태 산행의 좋은 동반자로 꼽혔다.

나무 박사로 불리는 산악인 우종영 씨가 월간 ‘사람과 산’에 연재했던 글을 토대로 산길마다 자리잡은 나무와 풀의 기록을 담은 ‘게으른 산행’은 나무와 풀꽃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수목 사진을 풍부하고 실은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또, 기존 산행 안내서와 달리, 원점 회귀 산행 코스로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위도 37도 안팎에 걸쳐 있는 산 21곳을 소개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장에 5개 안팎의 산행코스를 소개한 점도 특징이다.

‘사계절 꽃산행’(현진오 저, 궁리 刊, 1995)은 산의 위도와 높이에 따라 볼 수 있는 꽃을 다룸으로써 색다르다는 평을 받았다.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인 저자가 1995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꽃산행’이란 말은 “정상에 오르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서식지로 삼는 동식물을 관찰하고 산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 탄생했다.

산악인이자 화가인 김우선 씨는 “등산로만 소개해 놓던 초기의 안내서에서 교통, 숙박, 역사, 문화까지 소개하는 종합 안내서, 최근에는 식생, 역사 등으로 세분화 되어 나오는 안내서로 진화했다”라며 산행 안내서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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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주신 분들
강윤성 월간 사람과 산 편집장, 강정효 ‘한라산’ 저자, 김승진 월간 산 편집부장, 김영도 등산연구소 소장, 김우선 한국산서회 회원, 김우창 동서울 산악회장, 김주연 산죽 산악회 산악대장, 남기창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청주대 환경공학과), 박봉우 강원대 교수(조경학), 박상도 그린 마운틴 산악회장, 박용규 곰바우 산악회장, 송훈 소나무 산악회장, 신용명 ‘내 속에 산을 얻었으니’ 저자, 우종영 ‘게으른 산행’ 저자, 이구 한국등산중앙연합회 회장, 이덕연 가고파 산악회장, 이영준 월간 마운틴 기자, 임현주 월간 사람과 산 전 기자, 정갑수 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 정순택 목포대 교수(식품공학), 호경필 정상 출판사 대표 등 이상 22명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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