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0:25 (토)
반론:고전번역 비평 기사에 대한 문제 제기
반론:고전번역 비평 기사에 대한 문제 제기
  • 이강재 서울대
  • 승인 2005.07.13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명비평 방식 문제...추천의 공정성 미흡"

이강재 (서울대 중문학과 교수)

최근 교수신문에서 기획하여 고전 번역에 대한 비평을 연재하고 있다. 그간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고전 번역에 대한 비평이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며, 또한 비평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일반인에게 최고의 번역본을 소개해 준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기획의 의도와는 달리 번역 비평이 이루어지거나 비평 기사가 작성되는 과정에 대하여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번 기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명 비평이다. 즉 번역서의 저자 실명을 거론하면서 추천된 번역본과 비판된 변역본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기에 급급한 우리의 학계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면서 번역의 엄밀성에 대한 강조라는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명 비평의 전제는 비평의 대상에 대한 실명만이 아니라 비평 당사자 역시 실명이어야 하며 비평의 이유에 대한 명확한 내용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수의 이름 속에서 혹은 익명성 속에서 명확한 비평의 근거도 없이 실명 비평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비판의 대상이 된 실명 변역자에 대해서 변론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일종의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기 쉽다. 이를 좀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사이버상에 난무하는 익명성에 근거한 댓글의 일종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실명 비평의 기획 의도를 잘 살리고자 한다면 실명 비평의 방식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 두 번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추천의 방식이다. 필자 역시 논어에 대한 30명의 추천 교수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 요구된 추천 방식은 학생들에게 권할만한 논어 번역서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1-2분 정도 한 차례의 전화 통화뿐이다. 어느 전공 교수라 해도 16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는 논어의 번역서를 제대로 다 파악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처음 몇몇 전공 교수를 통해 제한된 우수 번역서를 먼저 선정하고 그에 대한 엄밀한 분석 혹은 추천 교수의 토론을 거친 이후에 추천 번역서 혹은 비판 번역서를 선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사에 제시된 추천 교수가 어떻게 해서 선정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방적으로 전화 한 통에 의해 실명 비평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신문에 기사화된다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대목이다. 많은 교수들은 전화 한 통에 의지해서 무책임하게 작성된 일반 신문의 기사에 의해 속상해하거나 피해를 본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교수를 독자로 삼는 교수신문조차도 이러한 취재 방식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우리를 매우 슬프게 한다.

또한 추천 교수 명단에 포함된 교수진은 직간접적으로 해당 번역서와 관련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 대한 고려이다. 논어에 대한 추천 교수 명단을 살펴볼 때, 가장 추천이 많이 된 것으로 기사화된 유교문화연구소 간행본과 직접적으로 관여된 교수만 해도 네 명이며 간접적으로 관련까지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의 교수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2005년 3월 20일 발행되어 두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시중에 충분히 배포되지도 않은 도서가 제일 많은 교수의 추천을 받는 일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갖는다. 또한 동양고전연구회 번역서의 집필에 직접 참여한 교수 중 세 사람이 이번 추천교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다른 추천교수 명단을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30인의 추천교수 중 논어 번역서를 낸 바 있는 분이 예닐곱 분이 넘으며 해당 번역서를 낸 교수와 동일한 대학, 동일한 학과에 근무하는 교수나 그 제자가 다수 포함된 것을 볼 때 추천의 객관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논어 번역서와 관련된 기사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무성의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번역서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해당 책의 출판연도는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논어 번역서에 대한 출판연도를 자세히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령 동양고전연구회의 번역서는 2005년이 아닌 2002년에 초판이 나온 것이며, 김학주 교수의 번역서는 2003년이 아닌 1985년에 초판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기사에서 주희의 주를 가장 먼저 한글로 번역했다고 되어 있는 성백효 선생 번역본의 경우 1990년 5월 초판이 나왔는데, 이는 같은 해 간행된 김도련 교수의 번역본보다도 약간 늦게 출판된 것이며, 1982년 간행되었던 한상갑 교수의 번역에 비하면 훨씬 뒤늦은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기사가 완성되기 전에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며, 이것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고전번역 비평에 대한 기획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다.

[참고] 이는 문제제기와 관련된 참고자료입니다.

추천인 중 논어 역주서 집필자

[개인 집필자]
이동희 (1997, 계명대 출판부, 논어)
이애희 (1992, 민음사, 공자 사상의 발견) - 직접 역주서가 아닐 수 있음.
임종욱 (2002, 나무아래사람, 논어)
장숙필, 정상봉 (2002, 지식산업사, 논어)
황희경 (2000, 시공사, 논어)
배병삼 (2002, 문학동네, 논어)

동양고전연구회 논어 집필진
고재욱 (강원대 철학과)
김백현 (강릉대 철학과)
* 김병채 (한양대 철학과) -- 추천 교수에 포함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이강수 (연세대 철학과)
이명한 (중앙대 철학과)
* 장숙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 추천 교수에 포함
* 정상봉 (고려대 철학과) -- 추천 교수에 포함

논어 추천 교수 중 유교문화연구소 논어 관련 교수 (직접 관련만)
안재순 (강원대) - 교열위원
이천승 (성균관대) - 집필 위원
최영진 (성균관대) - 기획 당시 유교문화연구소 소장
김영호 (영산대) - 초기 기획 참여

추천 교수 중 영산대 교수(추천된 번역서 역자 배병삼 교수 소속 대학)
배병삼 교수, 김영호 교수, 이상익 교수, 조광호 교수, 황희경 교수

-------------------------------

<해명>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논어’가 시리즈의 첫회라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 앞으로 계속 보완해나겠습니다. 번역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취재원의 전문성, 구성에서의 공정성을 더욱 철저히 고려하겠습니다.
다만 5회를 진행하면서 1백20명 교수들 중 몇분 안에 취재가 끝난 경우는 적었습니다. 대부분은 장시간 의견을 밝혔고, 원고지 20~30매로 의견을 밝혀주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번역자를 취재원에 포함시킨 건 기존 번역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고, 자기 책은 추천하지 못하게 돼 있었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포청천 2005-07-18 09:34:27
잘못을 저질렀으면 겸손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거늘 구차하게 변명을 하다니 참으로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이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삽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실수를 반성하고 개선합니다. 구차하게 자기 변명이나 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발전하고 싶고 또 교수신문을 발전시키고 싶으면 다음에 제기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냉철하게 반성해보시기 바랍니다.



(1)번역서에 대해서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번역자를 취재원에 포함시켰다고 했는데 이 변명이 얼마나 구차하게 느껴지는지 아십니까? 추천교수 30명 가운데 유교문화연구소 관계자가 4명, 동양고전연구회 관계자가 3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5년 5월 30일자 기사에서 기자가 자기 입으로 논어의 번역본이 160여 종이 판매되고 있다고 했으니 논어 번역자의 수가 160명이 넘는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번역자 가운데서 추천인을 선정하더라도 골고루 1명씩 선정했어야지요. 이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입니다. 그런데 30명의 추천인 가운데 두 가지 번역본의 관계자가 7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이유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두 판본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번역본이 된 것이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다면 과연 독자들이 믿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더구나 출간된 지 두 달 밖에 안 되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질 틈도 없었던 책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말입니다.



(2)영산대학이라는 특정 대학의 교수가 5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이강재 교수가 보내드린 반론문을 보고 그 뒤에 개선한 사실을 마치 처음부터 잘 했던 것으로 착각하는 면도 있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