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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학계 쟁점들
정리: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학계 쟁점들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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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독도.황우석.김윤식이 키워드

역사학계는 지난해의 고구려사 문제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일본에서 독도영유권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시끄러웠다. 일본 시네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으로 독도문제를 촉발된 양국 간의 악화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병준 목포대 교수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 근거가 되는 1951년 평화조약의 이면에는 윌리암 시볼드라는 미국의 외교관이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그의 역할을 중심으로 추적한 논문을 기고해 본격 학문적 대결을 시도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문화적인 교류를 통한 화해무드가 조성됐다. 교토 리츠메이칸대학이 주최한 ‘동북아시아와 현대 한국ㆍ일본’ 심포지엄이 그것.

박정희 시대를 둘러싼 정치사회학계와 경제학계의 논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역사비평’ 지면에서 시작된 임지현-조희연 교수간의 대중독재 논쟁이 교수신문으로 무대를 옮겨 2~3회 더 지속됐다. 조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대중독재적 측면과 함께 시민 스스로 진보화될 수밖에 없었던 모순된 복합성을 강조하며 박정희 담론의 확장을 꾀했고 임 교수는 국사의 해체를 통해 서양 중심의 제국과 근대의 욕망을 버리고 탈식민, 동아시아의 적대적 공범관계를 해체하자고 주장했다.   

경제학계는 좌·우파의 시대읽기를 재현했다. 지난 4월 교과서 포럼에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70~80년대 생산에 따른 적절한 임금과 분배, 농업보호가 이뤄져 기존의 교과서를 비판했으나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교수신문(355호)을 통해 임금은 생계비의 50%에 불과하고, 양극화 심화와 농업보다는 공업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356호)의 ‘한계노동생산성과 임금은 일치한다’는 견해와 정성진 경상대 교수(358호)의 ‘계량분석의 오독’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박정희 시대 둘러싸고 역사·경제학계 들썩
제9회 세계여성학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져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이화여대에 모여서 여성계의 이슈를 주고받고 친목을 다진 것은 이제 여성의 문제가 단지 ‘소수자’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자의 ‘문제’이자 ‘관심사’로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모로 역설한 현장이었다.   

고고학계는 발굴의 풍년이었다. 연대논란을 일으켰던 제주도 사람 발자국화석의 과학적 연대측정 결과보고서가 나왔고, 한성백제시대 목간, 가야 지역의 100여점의 유물과 제방, 그리고 동해를 중심으로 고래뼈화석 등이 발굴됐다. 또한 한국미술사연구소 문명대 발굴단이 파키스탄의 고대 도시 탁실라의 한 사원터에서 불상, 동전, 토기 등 총 3백여 점의 유물을 발굴하여 세계고고학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리학계는 한반도의 산맥체계 재정립을 놓고 국토연구원과 대한지리학회가 지리학적 상식과 사전적 정의의 대립으로 첨예하게 맞섰다. 작년 말 국토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산맥체계에서 산봉우리의 연결된 개념이 산맥이라 볼 때, 산맥형성유무가 실체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지리학회는 즉시 반론을 통해 “국토연구원이 민족주의 이념이나 정서를 앞세웠다”고 비난했고, 한국지리학회 내부에서도 한반도 유역분수계의 특성 연구가 전무하다는 점을 들어 지형학자들의 역할부족을 자성했다.

과학 분야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던 학자는 단연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다. 황 교수는 지난 5월 런던에서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성과 발표와 함께 주요 논문내용이 ‘사이언스’지에 실리면서 작년에 이어 다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황 교수는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최고과학자’로 선정됨에 따라 연간 30억씩 5년간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과 생명윤리 문제의 문제로 종교단체와 생명윤리학회 등과의 논쟁이 그 연속선에서 제기돼, 언론의 지나친 과학기술주의와 애국주의에 대한 반성도 적잖게 제기됐다. 또한 안규홍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수질오염을 정화시킬 수 있는 신기술을 연이어 발표, 4월 ‘이달의 KIST인 상’, 6월 과학기술부의 ‘이달의 과학기술자 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최근들어 이공계 위기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자원부는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미개척 에너지 분야에 3년간 총 21억을 지원키로 했으며, 학술진흥재단은 기후변화협약대응 부분을 지정공모로 확정하고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는 교토의정서 발효에 맞춰 학술적인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교수신문’에서 홍욱희 박사와 권원태 박사간의 논쟁은 미국의 불참과 세계경제규모에 대비한 제기액수의 실효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논문 표절 이어져 망신살
문학계에서는 국문학계와 비평계의 거목 김윤식에 대한 논쟁이 5월 끝자락에 시작돼 계속 진행중이다. 김윤식의 소설비평이 가치평가를 생략하고 텍스트의 개별적 미학특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 김윤식의 비평사 연구가 가치중립적 시각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부르주아 근대를 옹호했다는 점에 대한 후학들의 문제제기와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는 앞으로 우리시대의 현장비평의 정신과 자세, 문학에서의 근대성 문제를 양축으로 논의가 확산될 전망이다.

예술계에서는 표절과 위작논란으로 탁한 소리가 많았다. 화가 이중섭의 위작 시비뿐만 아니라, 여러 논문들의 표절시비 논란, 나아가 전시회 서문을 비평으로 재가공하고 다시 저서에도 싣는 등 자기 복제를 자행해, 양심불량 학자들의 행태가 속속 드러났다.

애석하게도 올 상반기엔 학자들의 타계가 이어졌다. 소장 생태학자 문순홍 박사, 미술사학자 오주석 씨의 타계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고, 조림학계의 거목인 임경빈 서울대 명예교수, 대표적 한학자인 홍찬유 선생, 한국불교미술사의 대가인 장충식 동국대 교수, 서지학 선구자 민영규 연세대 명예교수, 영문학자 김갑순 前 이화여대 교수, 학술출판의 원로 一志社의 김성재 대표 등이 타계해 추모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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