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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에 대한 단상
노벨상에 대한 단상
  • 정영인
  • 승인 2021.10.25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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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정영인 논설위원 / 부산대 의학과 교수·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

 

정영인 논설위원(부산대)

알프레드 노벨은 각고의 노력 끝에 1867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본래의 목적은 안전하게 제조해서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것이었다. 그의 기대와는 달리 다이너마이트는 인류의 삶을 파괴하는 대량살상 무기 제조에 악용되었다. 그의 형 루드비그 노벨이 사망했을 때 한 신문에서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했다는 오보를 내면서 알프레드 노벨을 ‘죽음의 상인’으로 지칭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이너마이트가 무기로 악용되는데 실망했던 그는 사망 1년 전 대부분의 재산을 헌납하고 5개 부문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매년 상을 수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1901년에 시작한 노벨상은 그렇게 탄생했다.

노벨상의 5개 부문은 노벨이 생전에 몸담았던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다. 다이너마이트의 제조 과정은 화학이, 폭발력의 에너지는 물리학이, 다이너마이트의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이 협심증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생리의학이, 노벨이 평화를 추구하고 문학 저술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각각 평화와 문학 부문이 관련되어 있다.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시상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노벨상은 수상자 개인은 물론 그를 배출한 국가의 영예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이 노벨상 수상자의 선정에 관심 갖는 이유다.

12월 10일은 노벨의 기일이다. 노벨재단은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해서 발표하고 그의 기일에 맞춰 12월 10일 노벨상을 시상한다. 올해도 한국인 수상자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게 유일하다. 세계 순위로는 52위로 가나, 에티오피아, 케냐, 콩고민주공화국, 아제르바이잔, 미얀마, 베네수엘라, 페루, 예멘, 팔레스타인과 함께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추고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 나라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특히 국가의 과학적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뿐 아니라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 부문의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는 점에서 자성이 필요하다.

사진=노벨상 홈페이지

한국에서 국가적 역량에 비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기초과학의 부재에서 찾는다. 실용적인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오랜 학문의 축적 기간을 요하는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가 소홀할 수밖에 없어 기초과학의 토대가 허약하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맞는 지적이다. 부분적으로 맞다는 건 부분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이론물리학자 압두스 살람은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이집트의 아메드 즈웨일은 1999년 노벨화학상을 각각 수상했다.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는 서울대 화공과에 재학 중 물리학과로 전과를 희망하지만 제도적 한계 때문에 좌절하고 도미해서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지 않았다면 일찍이 한국인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반열에 올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과학은 무엇보다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을까. 스웨덴의 노벨박물관 관장 올로르 아멜린은 “이제까지 만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항상 발견의 즐거움과 기쁨에 대해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헌신적이고 부단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노벨상 수상처럼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재미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통해 과학의 진보를 이끄는 창의적 연구의 원천은 바로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과학은 눈앞의 실용성을 떠나 호기심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데서 오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필요로 한다.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 결과에 대한 보상이다.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는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로는 유일하게 대학원 경력이 없는 학사 출신의 수상자다. 그는 노벨상 수상 직후 회사로부터 말단 주임에서 이사로 파격적인 승진 제의를 받고 “승진하면 책임이 과중해지고 연구로부터 멀어진다”며 사양해서 화제가 되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수상 자체가 아닌 연구를 통한 발견에서 오는 재미와 즐거움이 가장 큰 보상이다.

정영인 논설위원
부산대 의학과 교수·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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