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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법
마음의 문법
  • 이지원
  • 승인 2021.10.2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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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지음 | 돌베개 | 231쪽

 

세상의 무지와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정상의 마음에 대하여 

 

마음의 증상은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다!

 

■ 한국인의 ‘마음’은 한국 사회의 ‘현실’과 분리될 수 없어

이승욱의 『마음의 문법』(부제: 마음의 증상과 정상성에 대하여)은 정신분석학자이자 상담가인 저자의 오랜 사유와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 마음의 증상을 진단하고, 가족 관계의 본질을 탐색한 뒤, ‘어른’의 의미, 우리 사회의 타자를 향한 성찰로 나아간다. 

 

■ 마음의 증상은 마음이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 

지금 한국인들은 무기력, 불안, 우울, 공황장애 등의 정신 질환을 호소한다. 저자는 이십대 청년들이 보이는 무기력을 양육과 교육 과정에서의 ‘착취’와 연결시킨다. 청년들에게 무기력을 느끼는 자신을 책망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엇이 자기를 착취해왔는가 살펴보기를 권하는 이유다. 한국인의 신경증적 불안은 삶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현실, 허위가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는 사회적 분위기로부터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우리는 불안을 조장하는 악의적 현실, 불안의 정체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울은 자기 존중감과 관련되어 있다. 세상 또는 타인과의 관계에 신경 쓰느라 가장 먼저 돌보아야 할 자기를 소외시킬 때 생겨나는 감정이 우울이다. 공황장애는 자신이 강력하게 욕망하는 것이 있음에도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조건이 주는 심리적 공포감에서 연유한다. 즉 세상의 욕망에 휩쓸려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이 잃어버린 자기를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 부모란 무엇이고, 바람직한 가족 관계는 무엇인가

저자는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깨달은 부모-자식 관계, 부모의 의미, 아버지의 역할 등에 관한 특별한 지혜를 전달한다. 우리의 가족은 경쟁이 내면화된 사회의 축도(縮圖)로서 기능했다. 한국의 부모는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요구하고, 그런 과정에서 실제적이거나 감정적인 학대를 당연시했다. 진정한 가족 관계가 독립된 인격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에서 가능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가족을 가졌을지 몰라도 가족 관계는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부모의 첫째 할 일은 자식에게 부정적 감정을 전이하지 않는 데 있다. 그리고 “괜찮다”고 끊임없이 말해줄 수 있는 인내가 (특히 아버지에게) 필요하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끝없는 욕심(욕망)이 사실 자식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데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우리의 통념을 공박하며 부모-자식 관계의 진실에 육박한다. 

 

■ ‘어른’의 의미에 대하여

‘어른 됨’에 관해 고민하는 성인들이 많다. 이는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인생의 숙제로 여겨지는 것이다. 저자는 중년기에 해야 할 일로 다음 세대에 대한 기여를 꼽는다. 청년의 마음을,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약자의 마음을, 소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꼰대가 아닌 어른의 문턱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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