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이 보는 이영석참을 수 없는 사회사의 무거움 고수하는 완고함이영석은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서양사 연구자의 이상적인 연구자세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회현실의 맥락 속에 학문을 자리매김하는 그의 왕성한 연구활동은 유학파의 경박함을 반성하게 한다. 한편, 그의 학자로서의 이력과 학문적 무게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긍정적 통찰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문화를 ‘통해서’ 역사를 보는 시도는 기존의 사회사적 전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인데, 미시사가 기존의 사회사로 매개돼야 한다는 그의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로서는 사료 선택이 궁극적으론 역사가의 미학적 감각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미시사가 ‘학문적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이라는 그의 견해는 우리나라 사학이 사로잡혀 있는 학제적 사고의 단면을 보여준다. 역사의 인과성과 객관성에 대한 요청적 신념은 그와 내가 공유하는 것이지만, 인과성이 역사가의 상상력이라고 말할 때 그의 표현은 다분히 수사적이다. 우리나라의 진지한 사회사학자가 신문화사를 인정하고 기대를 거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미시사를 거시사의 대중화를 위한 장식품 내지 보완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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