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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명 동해, 현실과 기대
분쟁지명 동해, 현실과 기대
  • 이지원
  • 승인 2021.10.22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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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재 지음 | 푸른길 | 224쪽

국제사회에서 동해 표기는 어떻게 변해 왔을까?

지난 30년간 동해 명칭 확산 활동의 흐름과 전망

한반도 동쪽에 있는 바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연해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 대한 해협으로부터 난류가 올라오고 연해주로부터 한류가 내려오는 바다를 우리는 동해로 부른다. 애국가 시작을 담당할 정도로 우리에겐 너무 당연하고 익숙한 동해, 하지만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Sea of Japan, 즉 일본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왜 다른 나라는 동해를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는 걸까? 이와 관련하여 표명한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움직임은 무엇일까?

『분쟁지명 동해, 현실과 기대』는 동해 명칭 확산 활동의 30년을 살펴보고 현재 상황과 전망을 정리한 책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동해를 알리기 시작한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세계 각국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바다를 Sea of Japan 또는 이에 상응하는 다른 표현으로 부르는 데 거리낌 없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한국인이 2000년 이상 사용해 온 이름 동해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며 바다를 접하고 있는 일본과 명칭에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쓰자고 제안했다. 일본해를 동해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두 명칭을 병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유는 일본해가 관행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온 현실과 병기를 권고하는 국제 결의, 그리고 무엇보다 병기는 대체보다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은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가 해당 국가 사이에, 그리고 국제기구의 개입으로 해결되어야 할 지명분쟁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이 의도했던 대로 동해/일본해 지명은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분쟁지명이 되었다. 그 30년의 노력과 저자가 제안하는 동해 표기에 관한 앞으로의 생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동해 명칭 확산 활동이 10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동해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저자는 동해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동해의 역사, 동해와 관련된 이슈, 이에 대한 전망 등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어쩌다 동해가 분쟁지명이 되었는지, 사료를 통해 동해란 이름이 얼마나 오래된 역사를 가졌는지 등을 알아봄으로써 동해/일본해 표기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제2부에서는 동해 표기에 관한 유엔, 국제수로기구 등의 국제기구와 각국의 지명위원회, 교육, 출판, 언론 등의 반응과 변화를 살핀다. 제3부에서는 동해 병기가 사회정의를 어떻게 실현시키는 것인지, 구글이나 위키피디아 같은 디지털 매체에서의 동해 표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을 알아봄으로써 동해/일본해의 표기 담론을 발전시켜 생각해 본다. 마지막 제4부에는 동해 명칭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동해 거버넌스의 운영 방향이나 동해에 관해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제안 등이 실려 있어 동해 명칭 확산 활동을 기대하게 한다.

각종 문헌과 지도에 언급된 동해와 일본해를 비교해 보고, 국제사회에서 조명된 동해의 여러 이슈와 그것이 다뤄진 과정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도발적으로 제안하는 저자의 의견을 살펴보면 동해 표기 담론에 관한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동해와 관련된 그동안의 여러 이슈에 눈을 뜨고 보다 나아진 생각으로 동해/일본해 표기 논의를 이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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