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4:40 (화)
전문가 조언_『맹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전문가 조언_『맹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최영성 전통문화학교
  • 승인 2005.06.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을 쪼개는 듯한 문체의 청량감

‘四書集註大全’을 보면 朱子의 말을 모아 엮은 ‘독대학법’과 ‘독중용법’이 있다. ‘논어’와 ‘맹자’에 대한 독법은 없다. 주자에 의하면, ‘대학’은 유학사상의 강령이 담긴 글이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을 수 없고, ‘중용’은 초학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길잡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독법’을 제시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일찍이 양계초는 ‘논어’를 주식인 밥에, ‘맹자’를 치료제 또는 흥분제에 비유한 바 있고, 이들 책을 읽을 때는 수양상의 목적과 학술연구상의 목적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國學硏讀法三種’). 여기서, 수양상의 목적이라는 것이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지만, 그는 ‘맹자’야말로 수양을 위해 가장 적당한 책이며,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더욱 알맞은 책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를 네 가지 들었다. 첫째, 맹자의 뜻과 행동을 제대로 읽어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자신을 굳게 지켜야 하고, 둘째, 맹자의 웅대한 기상과 광명정대한 정신을 배워 인격을 확충해야 하며, 셋째, 맹자의 백절불굴한 의지를 배워 주위 환경의 압박에도 꿋꿋하게 견뎌야 하고, 넷째, 수양방법, 실천방법에 있어 支離하고 玄渺한 후대 유자들의 병폐가 전혀 없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양씨는 ‘맹자’를 학술적으로 연구함에 있어, 우선 시대배경을 잘 이해해야 하고, 전편을 통해 어떠한 논점들이 그의 주장의 주안점인가, 그 이론이 어디로부터 유래했는지를 파악해야 하며, 주장의 일관성 역시 빼놓지 말고 따져보아야 한다고 했다. 곁들여 맹자와 반대되는 학파의 학설이라든지 비평 등을 두루 검토하고 비교한 뒤에 공정한 비판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맹자’는 중국 宋代에 와서 四書의 하나로 포함되었으나, 역대로 집권 세력들이 좋아하지 않은 책 가운데 하나였다. 민본정치?위민정치를 주장하는 가운데 임금의 권위를 손상시킨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맹자의 이상정치는 당시에도 위정자들의 배척을 받아, 결국 맹자가 자기의 이상을 당세에 펴보겠다는 뜻을 끊고 교육과 저술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맹자’에서는 역시 정치사상을 중요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

1965년 현암사에서 펴낸 ‘新譯四書 3맹자’를 보면 ‘맹자’ 2백60편을 정치사상?윤리사상?교육사상?이단론 및 처세철학 등으로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 정치사상에 관한 내용이 절반에 이른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맹자’에 나타난 사상을 요약해 보면, 역시 그 시작을 ‘도덕적 인간의 가능성’을 강조한 性善說로부터 잡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확신하고 ‘선의 구현’을 위해 그 본원으로 회복할 것과 또 선한 본성을 확충시켜 나가야 함을 주장함으로써, 유가에서의 인성론과 수양론에 기초를 놓았다. 송대 성리학에서 중시했던 인성론의 형성에 맹자가 끼친 공헌은 지대하다고 할 것이다. 인성에 대한 논의를 살피는 과정에서 心?性?情?義?理 등 여러 개념들이 가진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이에 관해 요령을 얻은 책으로 청나라 때 戴震이 지은 ‘孟子字義疏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성선설을 기초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맹자는 위정자들이 백성들을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해주어야 한다는 정치론을 전개하기에 이른다. 맹자가 말한 仁政?왕도정치는 성선설에 기본하는 정치를 말하는 것으로,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정치’(不忍之政)를 행하는 것이 왕도이며, 인정은 구체적으로 井田制와 같은 공평한 토지분배의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맹자 정치사상의 대강령은 뭐니뭐니 해도 인의지상주의, 민본주의, 왕도정치, 天命思想?革命思想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민본주의 사상이나 혁명사상은 현대의 민주주의적인 요소와도 통하는 바 많다. 그런 만큼, 이로 인해 역대로 ?맹자?에 가해진 비판과 핍박도 적지는 않았다.

‘맹자’에 보이는 仁義思想을 통해 공자의 인사상과 맹자의 의사상을 비교해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맹자가 말하는 ‘의’는 공자가 말한 ‘인’사상을 사회적으로 확대 부연한 것으로서, 궁극적으로는 공자의 ‘인’에 수렴된다. 그리고 ‘맹자’의 開卷第一義라고 하는 義利之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종래 ‘맹자’에서 ‘의’와 ‘이’를 상대적인 것으로 준별한 이래 ‘이’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었으며, 漢代의 동중서가 功利의 추구를 적극적으로 배척함으로써, 부정적인 것으로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송대 도학자들은 ‘이’를 天理의 상대적 개념인 人欲으로 보아 대립구도를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관념은 후대로 내려오면서 이욕의 추구를 죄악시하는 배경이 되었으며, 사회가 의욕과 활력을 잃고 침체하게 되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맹자가 배척한 ‘리’는 私利이지 公利가 아니다. ‘의’와 조화를 이루는 ‘리’는 공리이며, 이것을 추구하는 것은 곧 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공리와 사리의 엄격한 구별이 필요하다.

이밖에 ‘맹자’에는 맹자의 처신과 일상행동에 관한 기록이 많다. 이러한 것들은 맹자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개인의 인격 수양에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맹자’에는 많은 이단의 학설이 논급돼 있는데, 이 학설들이 온전하게 전하지 않는 오늘에 있어, ‘맹자’에 산견되는 것들을 모으면 중국 고대 학술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리고, ‘맹자’ 전편을 읽고 다른 유교경전과 비교해 보는 것도 유익하리라고 생각된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맹자’의 논리 정연한 문장, 대통을 쪼개는 듯한 直截한 文勢는, 모든 사람을 감싸고 따뜻하게 해주는 ‘논어’와 달리 청량감을 준다고 하겠다. 여름철에 읽어서 좋은 책이 ‘맹자’가 아닌가 한다.

최영성 / 전통문화학교 한국철학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최치원의 철학사상 연구-삼교관과 인간주체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두 정여창의 생애와 사상’ 등의 저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