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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립중앙박물관을 점검한다-(3)과학적 경영을 위하여
특집: 국립중앙박물관을 점검한다-(3)과학적 경영을 위하여
  • 최석영 민속박물관
  • 승인 200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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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의 내면을 읽을 것...박물관학과 설치 시급

2005년 10월 28일. 앞으로 약 3개월 후면 한국박물관 역사서술의 행간이 달라지는 역사적인 날을 맞이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이 궁 안에서 궁 밖으로 나와 용산에서 개관하게 되어 역사상 획을 긋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 이동은 한국 박물관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제 강점 상황에서 건립된 박물관의 공간입지는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현재 국립과학관의 전신 은사기념과학관은 왜성대 일대에 있었다) 대체로 일제 때 공원으로 변한 궁 안이었다.

1909년에 일반 공개된 이왕가박물관(본관은 일본풍의 2층 연와 건물로 1992년에 철거되었다)이 창경원에서 건립되었고 조선총독부박물관은 경복궁 안에서 1915년 9월 1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린 朝鮮物産共進會 때 진열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미술관에서 1915년 12월 1일에 개관하였다. 그리고 1937년 이왕가미술관이 덕수궁 안 석조전 옆에 지은 건물에서 이왕가박물관을 통합하여 일본 명치시대부터 昭和 당대까지의 일본 근대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서 개관하였다. 이와 같이 창경궁, 경복궁, 덕수궁은 문화를 전시하는 기관들의 입지공간이었다. 광복 후에도 그 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면 왜 ‘궁 안에서 궁 밖으로’ 박물관의 입지공간이 바뀌는 것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일제가 조선왕조의 권력상징이었던 궁궐을 脫神聖化 하여 그들의 지배토대를 공고히 하려는 문화정책에서 벗어나는, 일제의 식민지적 전통을 벗어나는 역사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역사적 메시지를 계기로 좀더 전문적이고 과학적으로 운영되는 박물관 경영이 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축적해 온 경영의 귀중하고 다양한 경험과 함께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박물관학(museology)에 토대한 경영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용자들이 유물과 대화하는 방식 조사해야
박물관의 3박자는 인적으로는 관장-연구직(큐레이터)-이용자(visitor 또는 audience)가 될 것이고 또 기능적으로는 연구-전시-교육이 될 것이다. 최근의 박물관 역할 변화를 보면 이용자 중심과 교육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변화일 수도 있고 거꾸로 박물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어느 쪽이든 간에 박물관의 존재이유는 이용자들에 의하여 규정되는 그들을 위한 문화기관이기 때문에 ‘그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그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서 박물관이 경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박물관에서는 그들을 조사·연구한 결과에 토대하여 박물관의 경영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동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이용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그들을 잘 모르고 있다. 이용객이 박물관에 왜 찾아왔는지, 박물관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박물관 전시(상설전시 및 특별전시)와 어떠한 대화(커뮤니케이션)를 나누고 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지 않고서는 그들을 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박물관이 전문가들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는 박물관 안에 그들을 조사·연구할 전문가들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는 박물관뿐만 아니라 기관의 조직을 기획하는 정부가 같이 전문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 동안 그들을 조사하는 방법 가운데 코멘트 카드(comment card)나 설문조사에 의존해 왔다. 물론 이것도 그들을 아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일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그들이 어떻게 박물관 안에서 활동하는가, 전시와 어떠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가에 대해서까지는 알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추적조사(tracking)와 경험샘플링 방법(experience sampling method)이 있다.

전자는 이용자들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방법이며 후자는 이용자들이 박물관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들 외에도 만화, 그림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반응을 그려보도록 한다든지 전후 테스트라 하여 이용자에 대한 반응 테스트를 방문 후 수주일 후 또는 몇 달 후에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이와 같은 방법들에 의하여 그들을 조사·연구·분석하는 전담팀이 필요하고 그것을 담당할 전문 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들에 대한 분석결과는 박물관 경영변화에 대한 準據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박물관 교육에 관한 것이다. 박물관이 탄생한 동기의 기저는 보관만이 아니라 유물들을 인류에게 보여주고 교육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이 교육은 박물관 존재의 최종적 이유를 강화하는 박물관 역할 가운데 하나로서 최근 각 박물관에서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이 되고 있다.

박물관 교육은 여러 형태와 내용이 있지만 그 초점은 무엇보다도 박물관과 이용자들 간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박물관은 그들이 박물관 전시뿐만 아니라 소장품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교재, 교구,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의 경향은 그들이 박물관 교육에 직접 참여(active participation)하려는 경향과 함께 해당 박물관 전시품과 소장품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과 연계 프로그램 개발 필요
또한 박물관은 학교교육 커리큘럼과 연계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교육에서 박물관을 적극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방향에서 박물관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박물관 교육 전문가(educator)를 확보하여 그로 하여금 다양한 계층에 맞는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교육목적과 수행과 평가라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작성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박물관 교육도 교육적 성격을 가지는 한 교육학적 접근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이 때의 프로그램은 해당 박물관의 사명(mission)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박물관이기 때문에’, ‘저 박물관이기 때문에’와 같이 박물관 설립상 특성과 일치하는 박물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물관과 이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 그 매개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박물관 전시품과 소장품 모두가 포함되며 소장품의 경우는 이를 박물관 교육을 수행하는 데 적절하게 키트(kit)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박물관 교육으로서 소장품을 통해 인류문화의 지혜를 알고 이를 토대로 인류문화를 발전시켜가는 데 박물관이 일정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물관학 설치, 대학-대학원 연계로 실질화
박물관 교육의 또 다른 형태로 갤러리 교육(gallery education)과 도슨트(Docent)에 의한 박물관 전시설명이 있다. 박물관이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이용자들이 단지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용자들이 박물관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그 역할에서 주도적인 것이 바로 갤러리 교육과 도슨트에 의한 박물관 전시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도슨트는 자원봉사자와 달리 상설 전시 가운데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가에 가까운 지식을 토대로 이용자들과 토의도 하는 방식을 취한다.  

 
마지막으로 인력 충원방식과 관련하여 대학 안에 박물관학과 설치에 관한 것이다. 박물관의 질적인 향상은 물론 국가의 문화정책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역시 박물관 전문 인력이다.

현행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에서는 박물관의 전문 인력은 박물관과 관련된 학과 전공자들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현재 박물관학과를 두고 있는 4년제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우리의 박물관 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박물관은 박물관학적으로 운영될 때 과학적인 경영이 될 수 있다. 외국 박물관의 경우 큐레이터의 전문 분야를 각자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박물관학적 지식에 토대를 두고 전시와 교육 등에 접근하고 있다.

박물관학은 세계에서 모두 통하는 공통어와 같은 것이다. 어떻게 전시하고 교육할 것인가의 준거는 박물관학에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학의 커리큘럼 상 전공 선택이나 교양에서 박물관학을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며 일부 대학의 특수대학원에서 박물관학 전공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과 대학원 과정이 연계되는 선에서 박물관학 전공자들이 배출되어 박물관의 전문 인력으로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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