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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국립중앙박물관 점검한다: (2)기능 제대로 갖춰졌나
특집_국립중앙박물관 점검한다: (2)기능 제대로 갖춰졌나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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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유지비용 과다, 내부 동선 비효율, 교통 불편

*건물 내부에 긴 회랑이 보인다

올해 10월 28일 개관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아직 내부 시설정비 및 전시와 관련된 부분, 유물 및 시설 관리 문제 등에 있어서 많은 부분이 불완전하다. 국립박물관은 최대한 여론을 수렴해서 개관 전까지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에 미처 가보지 못한 학자들과 개관하지 않은 시점에서 논하기에 이르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적지 않다.

박물관에 대한 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하드웨어는 화려해졌지만, 소프트웨어가 부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내부적인 운영능력과 전문성  등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외형적으로는 최소 6배 이상이 커졌지만, 인력은 1.5배밖에 증원되지 않아 기대에 비해 아쉽다는 의견이 전반적이다. 외형위주에 대해 민주식 영남대 교수(비교미학)는 “국가권력 표방이나, 규모자랑보다는 실질적 연구에 바탕을 둔 예술문화의 정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연구보고서나 도록 등의 발간에 중요성을 뒀다.

또한 방병선 고려대 교수(미술사)는 “질적으로 발전하려면 결국 연구가 중요하지만 현재 전문학예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산의 문제겠지만 지속적으로 증원을 추진해 나가야한다”라고 전한다. 박물관의 학예사 경험이 풍부한 한 교수는 “학예사들이 꼭 머슴역 같다”라며 학예사의 대우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다른 한 교수는 “수장고 유물을 타기관 연구자에게도 개방을 해야하는데, 자기네 학예사들 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은 비정상적이다”라며 박물관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전기 관련 관리비용만 연간 1백30억 투입될 듯
박물관의 조직구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홍보와 보존과학부의 부재가 그것이다. 박물관학을 전공한 어느 대학교수는 “사회홍보에 대한 중요성은 다들 인식하는데 반해, 별도의 조직으로 마케팅 부서나 전문인력을 두지 않는 점에서 약간 실망했다”라며 기존과 큰 변화가 없음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은정 한남대 교수(미술사) 역시 “기존의 소극적인 홍보방식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에게 알려져야 한다”라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오랫동안 박물관에 근무했던 안병찬 경주대 교수(문화재)는 “학예연구진은 기존에 비해 늘었으나 보존과학부가 없다”라며 답답해한다. 유물소장 환경이나 전시환경 등은 과학적 설비로 만족할 수준에 이르렀으나, 전문적 조직이 구성되어 있어야 전문인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유물관리부가 이전 후에도 그대로 맡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6·3빌딩을 눕혀놓은 형국인데,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수도전기 관련한 비용만 연간 1백30억원이 들 것인데, 정작 전시와 연구에는 돈을 많이 투자못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그리고 몇몇의 교수들은 유물관리부의 젊은 연구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전에 4명에서 현재 13명으로 인원이 늘었지만, 대부분이 최근 5년 이내에 뽑힌 신진연구자들이라는 점에서 유물을 다루는 데 있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유물은 연대의 차이, 재료의 차이 등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게 이뤄져, 오랜 경험자들과 조화 속에서 관리돼야 하는데 다소 서툴다는 것. 또한 “박물관학이나 유물에 대한 인식은 적은데 비해 학력은 박사급으로 높아서 큐레이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제대로 지적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학력자들은 물건을 들이고 나르고 전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라고 한 자문위원은 그간 관찰해온 점을 털어놓기도 한다.

한편 박물관의 전시분류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현재 박물관은 기존의 고고부, 미술부에 역사부를 추가했다. 하지만 이런 전시분류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강승 충남대 교수(선사고고학)는 전시 시나리오에 대해 “역사부와 고고부가 통일신라까지 겹치는 부분이 있어, 관람자에게 동시대에 대한 중복으로 혼란의 여지가 남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수는 “고려시대부터 단절된 느낌이 있으며, 역사부분이 많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했다. 조선시대의 도자와 회화가 특히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주보돈 경북대 교수(한국고대사)는 “낙랑사가 2003년 국립박물관이 주최한 전문가 토론을 거쳐 국내사 편입이 결정됐는데, 아시아관에 배치된 것은 아쉽다”라고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오영찬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낙랑사가 분명 우리 역사이긴 하나, 전시기법과 유물 발견이 제한적인 점 등을 고려해 아시아관에 배치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학계와 박물관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박물관 외부에 대해 송기형 건국대 교수(불문학)는 “근처의 옛 궁궐과 도시, 마을 모습을 재현시켜 이 지역을 대한민국 역사문화 탐방지의 메카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물과 조명각도로만 승부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때 자문위원이기도 했던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 위원장은 박물관이 “여전히 유물 박제화의 철옹성이며, 지적파쇼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다소 거칠게 비판했다. 황 위원장은 “사회교육이라는 단어에는 계몽적 뉘앙스가 담겨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회교육이 아니라 박물관이 시민들이 평생 무료로 발품만 팔면 역사에 대해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에 박물관을 새로 지을 때 상설전과 기타 기획전시, 도서관의 활용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학·철학·문화인류학적 기조에 근거해 디테일하게 펼쳐야 하는데도, 운영전시의 부분만 고민해 단순히 유물나열에 그치고 있는 현재의 방식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사회교육장’ 아니라 ‘평생학습관’
이는 자문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과)는 “운영에 있어 일반시민, 인문학자나 사회학자, 언론 매체, 전문가를 두루 참여시켜 운영을 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박물관에 근무했던 한 학자는 “복마전을 연상케 해 내부의 일은 전혀 알려지지가 않는다. 외부 공청회를 열어 그들에게 실질적인 힘도 함께 실어줘야 한다”라며 열린 박물관이 되기를 원했다. 그는 또 “장소가 잘못됐다”라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용산이라는 곳이 시민들이 편하게 드나들기 쉬운 곳이 아니고, “건물이 큰 댐 같은 구조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검찰청이나 법원건물 같기도 해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라고 신랄하게 꼬집기도 한다. 또한 출입구 등을 볼 때 들고 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동선이 많이 통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제기했다.

박물관에 대한 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외형 확장 외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점이 대체로 한국 박물관의 현주소라고 볼 때, 박물관의 신관이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질적인 면에서 보다 심층적인 고민을 통해 거듭날 수 있을 때 진정한 한국문화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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