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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엉터리 국립대 통합을 걷어치워라
교수논평: 엉터리 국립대 통합을 걷어치워라
  • 이대범 강원대
  • 승인 2005.06.2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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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범 / 강원대·국문학

전국의 국립대학들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현실성 없는 졸속적인 통폐ㆍ합 계획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특성화 또는 내부구조조정과 같은 자율적인 대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연함을 보여주기보다는 교육부가 내세운 파격적인 재정지원과 같은 당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선도대학에 주어지는 인센티브에 집착하여 발빠르게 통합을 선언했던 대학들마저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밀실협상을 통해 졸속적으로 강행한 통합 추진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대부분 갈라서고 말았다. 충남대와 충북대, 창원대와 경상대, 군산대와 익산대, 경북대학을 중심으로 한 안동대ㆍ금오공대ㆍ대구교대ㆍ상주대 등의 통합이 무산된 것이 그 예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까지 통폐합 가능성이 있는 대학으로 현재로서는 부산대와 밀양대, 전남대와 여수대, 충주대와 청주과학대, 강원대와 삼척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대학과 삼척대학 간의 통폐합은 강원대 일부 교수들이 당국이 마련한 일정에 맞추어 실질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되고 있는 졸속적인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성명서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고, 총학생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된 것을 문제삼아 대학본부를 점거함으로써 찬반 투표를 무산시키는 등 내홍을 겪고 있어 성사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 가능성이 있는 대학들마저도 일반 국립대가 산업대와 전문대를 흡수 통합하는 방식이어서 경쟁력 제고라는 대학통폐합의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몸집만 키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도 ‘일반대와 산업대, 전문대 간 통합은 구조조정 효과보다는 대학 몸집만을 키우는 역효과가 나온다’고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국립대 통ㆍ폐합 계획’은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한건주의 업무보고의 소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교육부는 지지부진한 통ㆍ폐합에 매달리다가는 대학교육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대학통ㆍ폐합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대학 특성화와 구조조정에 집중키로 한 방침을 내놓았다. 국립대학통ㆍ폐합 계획은 부서 수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무분별한 차별화 정책의 문제점, 교육의 특수성을 외면한 시장주의자들의 관념적 현실 진단, 교육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고식적인 탁상행정의 문제점, 대학의 자율적인 자구 노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당근과 채찍으로 성과 축적에 연연하는 조급성, ‘누가누가 잘 하나’식의 한건주의 등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총제적인 난맥상을 확인시켜준 예라 할 수 있겠다.

국립대학통ㆍ폐합 계획을 포함한 대학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교육정책이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시장논리의 바탕 위에 서기보다는 교육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수치와 도표만 난무하고 교육은 사라진 삭막한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은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처간 사전 협의는 정책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 역시 교육인적자원부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대학구조조정은 산업자원부의 중장기 인력 수급 현황에 대한 진단, 그리고 재원 확보를 위한 재경원과의 협조 없이 결코 성사될 수 없는 사업이다.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은 지역혁신사업이나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과 같은 사업의 성공 없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대학구조조정 역시 정부가 발표한 지역혁신체제 구축을 위한 정책의 연장선에서, 투자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통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원에는 인색하고 채찍만 휘두르는 방식으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대학간 경쟁을 유도하고 심사 결과에 따라 지원하면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리들은 ‘대학교육이 인성을 갖추지 못한 기술자만을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한 정운찬 총장의 고언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관료들은 ‘기업은 대학이 기술자보다는 오래 곁에 두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를 원한다’고 한 대기업 인사 관련 부서 책임자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학도 대학 본연의 학문연구를 소홀히 하고 취업률과 같은 수치에 얽매여 스스로 직업훈련원으로 전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학통ㆍ폐합 계획과 같은 졸속적인 정책에 연연하지 말고 대학구조조정을 대학의 자율과 대학사회의 자정능력에 맡기는 전향적인 자세로 대학을 돕는 부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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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2005-06-25 03:20:02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참된 역할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여
국가경쟁력의 제고와 국가발전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대학의 주된 역할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그러한 참된 역할을 바르게 수행하여
왔는가!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어느 수준이며
왜 대학경쟁력이 그토록 형편없는지 알고 있는가!
누구나 공감하듯이 대학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자율적인 대학구조조정이 가능한가!
교육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국립대의 통합이 이토록
험난하건만 대학 스로의 자율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개인과 어느 한 사회집단의 이해관계 차원을 떠나
모든 교육종사자들은 국가의 미래와 이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대학을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