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8:35 (목)
최영찬의 한자 어원학 산책_(7)義
최영찬의 한자 어원학 산책_(7)義
  • 최영찬 전북대
  • 승인 2005.06.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스로 드러내는 좋음

내 친구 아무개가 잘못을 저질렀지만 義理 上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든가 나한테 지나치게 한 일을 생각하면 절연이라도 하고 싶은데 선배 된 人情 上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는 등의 표현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의리와 인정이라는 말은 흔히 혼용되고 있지만 인정이라는 말과 의리라는 말이 혼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義에 대한 개념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義에 대한 몇 가지 대표적인 정의를 보면, 당대학자 한유는 행위가 합당한 것을 의라고 했고(行而宜之之謂義), 맹자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켜야할 천부적인 도리의 실천이라고 했다(仁義禮智). 史記에서 보면 약자를 돕거나 남의 곤란을 구해준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以公子之高義, 爲能急人之困). 이 외에도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과의 친척관계를 맺는 일(義兄弟), 행위나 말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나 이유(意義) 등과 같다.


공자는 어떤 상황의 당위성을 뜻하는 무상명령으로 義를 仁과 함께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각기 자기에게 주어진 도덕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며 어떤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없다. 만약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행위라면 그것은 자기의 이로움을 위한 행위가 된다. 그러므로 공자는 義를 利와 상대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義자의 원래 뜻은 자기(我) 스스로가 드러내는 길조나 좋은 일(羊)이다. 설문해자에서는 “자기 자신의 威儀다. 我와 羊으로 이루어진 회의자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문에서는 容儀, 威儀, 情意, 善, 宜 등의 의미로 義자를 사용하고 있다. 단옥재는 자부가 羊과 我로 이루어진 회의자라는 것에 대해 “엄중한 용모와 장중한 태도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자부가 我이다”라고 했다. 설문해자의 주를 보면 “仁은 人이고 義는 我라고 하여 仁은 반드시 타인과 관련된 것이고 義는 자신의 마음에서 판단된 것이다. 자부가 羊인 것은 善이나 美와 같은 의미이다”라고 했다. 


갑골문의 我자는 날 부분이 톱니모양으로 된 톱과 같은 무기 형태인데 톱이 쓰여 질 때 자기 쪽을 향해 당기므로 “자기”라는 뜻이 생겼고 이후에는 1인칭 대명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義자는 我자형 무기의 끝부분에 갈고리나 깃털류로 장식되어 있다. 그것은 의례의 위용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실용의 무기는 아니다.


일설에 의하면 義자는 희생물로 바치는 양을 신의 뜻에 맞도록 톱 모양의 칼로 법도에 따라 바르게 자르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올바르다(正)”, “좋다(善)”, “적절하다(宜)”라는 의미가 나왔으며 특히 宜자는 도마위에 고기를 올려놓은 형상을 나타낸 것으로 의미와 발음에서 義자와 통한다.
전북대?중국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