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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비교 분석
쟁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비교 분석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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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비리 심각성 공유…개방형 이사제냐 공영감사 도입이냐 관건

지난해 6월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표한 후부터 개정의 수위를 두고 한나라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사립학교법이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개정될지 여부에 교육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제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열린우리당 안과는 큰 차이가 있어, 6월 임시 국회에서도 갑론을박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 vs 내·외부 감사 강화
지난해 사립대에서 횡령 또는 부당한 운영으로 발생한 재정 손실은 6백49억원으로 최근 5년간을 통털어 총 2천억원이 비리 사학법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또 현재 임원간 분쟁이나 이사회 부실운영, 회계부정 등으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는 총 37개교로, 이들 대학들은 감사인력 부족과 폐쇄적 이사회 운영 등으로 내부 고발자마저도 사학 비리를 폭로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사학 비리의 심각성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공익 이사 도입에 따른 개방형 이사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이 사학 비리의 원인이었다면, 사학의 공공성을 살려 교수, 직원, 학생, 학부모, 동문 등을 공익 이사로 위촉하고 대학 운영을 투명화하자는 것. 이에 한나라당은 “정상적 사학에 외부 인사를 이사로 투입하는 것은 자율성 침해의 소지가 있다”라며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대신 내·외부 감사를 강화해, 모든 사학에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는 ‘공영감사’ 1명을 두고, 비리사학에 한해 ‘공영이사’를 도입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행 사립학교법상 내·외부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사학비리를 예방하기는커녕 적발하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한나라당의 안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울 듯 하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입학정원 5백명 이상의 학교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는 유급감사를 두고 입학정원 2천명 이상의 대학은 외부감사에 의한 감사증명서를 제출하게 돼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내부감사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해 지적사항이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매우 부실했기 때문이다. 외부감사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감사증명서에 위반사항이 없었던 경남대, 계명대, 대전대, 동서대, 상지대, 연세대 등 6개 대학이 법인이 부담할 교직원 법정 부담금을 교비회계에서 전액 또는 일부 부담했음에도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남대, 계명대, 대전대, 동서대, 상지대, 세명대, 천안대 등도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했으나 외부감사에서 지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측은 “사학 비리는 공영 감사와 공영 이사 1인을 파견한다고 해서 척결될 수 있는 사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나라당의 공영이사제는 비리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에서도 학교 운영 관계자들이 이사선택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화 vs 자문기구화
이사회의 집행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화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열린우리당이 지난해 6월부터 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화를 주장해온 데 비해 한나라당은 대학평의원회를 자문기구로 못 박고 있다. 한나라당 개정안에 따르면, 교수, 학외 인사 등이 참여하는 평의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문기능을 부여할 뿐 심의기구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2년제 대학 재정의 83.5%, 4년제 대학 재정의 69.6%를 학생들의 납입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결권은 이사회에 두고 심의권만이라도 대학평의원회에 두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 이전까지 대학교육기관에 있어서 학교 예산은 이사회가 아니라 교원과 법인 이사로 구성된 대학재무위원회의 심의와 결정을 거치도록 했었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재단 이사회외에 별도로 이사정수 2배 이상의 교직원,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평의원회를 두고, 평의원회에서 예산 등에 관해 심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학평의원회를 자문기구로 기능을 축소했을 때, 대학평의원회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으로 학교운영위원회가 국공립의 경우 심의기구화 돼 있고, 사립학교의 경우 자문기구화 돼 있지만, 실제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 지배구조 개선, 친족 제한 어디까지
열린우리당이 올해 90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개 대학에서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 1백22명이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른바 사학의 족벌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극심한 학내 분규로 임시이사가 파견됐던 동해대는 부부가 이사장과 총장을 맡고 동생, 딸, 아들, 사위, 조카, 조카며느리, 친척 등 일가족 13명이 법인 또는 대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학생 전원이 유급 사태에 처했다 임시 이사 파견으로 학내 분규가 가라앉았던 동덕여대도 설립자의 부인이 이사장, 아들이 총장을 맡고, 총장의 측근들이 이사로 임명돼 족벌 사학의 전형으로 꼽혔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공통적으로 이사회 구성에 있어, 친족관계에 있는 자를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내로 제한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 위반이나 비리 관련자의 복귀 제한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친족의 학교장 취임을 제한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한 개정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 논의될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수위에 따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법인 이사회를 견제할 수도, 방관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전국교수노조(위원장 김상곤 한신대 경영학과)는 “교수, 직원, 학생이 추천한 공익이사를 참여시키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으로 사학비리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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