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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연세대, 왜 기여입학제 강행하나
해설 : 연세대, 왜 기여입학제 강행하나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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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11 17:43:05
기여입학제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원칙적으로 ‘불가’ 입장을 수 차례 밝혔는데도 연세대가 도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총장협의회, 사학법인연합회 등 단체차원에서 건의서를 채택해 한번 제기해 보고 여론의 추이를 살폈던 것과 달리 이번 추진과정은 연세대와 교육부의 맞대응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기여입학제는 사립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타개책으로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지난 3월 김우식 연세대 총장이 ‘기여우대입학제’ 도입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이후, 연세대는 교육부에 관련규정 개정을 요청하고, 이르면 올해 9월 수시모집부터 기여입학을 도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기획실장, 교무처장 등으로 구성된 ‘기여우대제 실무대책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도입 가능성만 시사해도 성공

연세대가 ‘기여우대입학제’를 밀어 부치면서 내세운 논리는 “대학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금수입과 법인의 전입금이 한정된 상황에서 기여입학제가 유일한 재정 확보책이라는 것.

최근 연세대가 발표한 ‘2000년도 결산내역’에 따르면 학교와 법인의 지난해 수입·지출은 5천억원 규모. 그러나 지난해 등록금 수입은 1천6백95억원으로 이는 교직원의 인건비 1천6백26억원을 충당하고 나면 69억원 밖에 남지 않는다. 따라서 법인전입금이나 기부금, 그 중에서도 현실적으로 기부금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연구와 교육여건을 개선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세대는 ‘기여우대입학제’를 밀어 부치는 것이 분명히 기대 효과를 충족할 수 있다는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언젠가는 기여입학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희망만 실어줘도 연세대는 이미 ‘기여입학제’를 시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연세대는 계획안에서 “기여우대입학제는 기부금 입학이 아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돈을 받고 바로 입학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여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기여자의 자손에게 보은적 차원에서 도입하는 제도”라는 것. 훗날을 기약하며 기부할 학부모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23일에는 한 독지가가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발전기금으로 10억원을 약정한 뒤 먼저 5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과거보다 호의적인 기여입학제에 대한 내부여론도 연세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지난 1991년 기부금입학에 대해 연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33%만이 찬성의 입장을 나타냈으나, 최근 연세대 총학생회가 ‘기여우대입학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60%가량이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최종철 교수(인문학부)는 “학내 교수도 70%정도는 찬성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연세대는 이번 ‘기여우대입학제’ 추진이 결코 손해볼 장사가 아니다. 기여입학제는 곧 입학을 전제로 한 기부자들을 낳을 것이고, 대학 서열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면 가장 높은 가격은 바로 연세대 몫이기 때문이다.

학벌장사가 합리화 될 수 있나

그러나 학벌이 곧 사회적 부와 권력과 직결되는 현실에서 연세대의 기여입학제 추진은 사회적 비난을 살 수 밖에 없다. IMF사태이후 부의 편중현상이 날로 심해져 가고 있는 가운데 기여입학제가 허용된다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정신마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연구본부장은 “능력이란 학생 개인의 학습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지 부모의 경제력이나 지위에서 나타나는 능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여론이 높다고 해서 기여입학제를 찬성할 수 없다”는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의 말에 연세대 당국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기부금입학과 기여입학

기부금입학과 기여입학은 ‘입학의 대가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다르다. 외국의 경우 기여입학은 기본적으로 기회평등의 측면에서 인종이나 지역, 부의 차이 등으로 교육기회를 박탈당해온 이들에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물질기여와 관련, 입학하면서 기부하거나 입학하기 몇 년전에 기부하면서 곧 입학과 연관짓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교육개혁심의회가 사학발전정책의 하나로 기부금입학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후 1993년까지 몇몇 대학에서 기부금입시부정이 발생하자 양성화하는 측면에서 대학과 사학법인측이 기여입학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당시 서울시내 주요대학 입학가격은 1~3억원이었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기여·기부금입학은 1997년 ‘2002년 특별전형제도’를 마련하면서 또다시 불거졌다. 서강대, 건국대, 동국대, 단국대 등이 특별전형제도에 기여입학도 고려하겠다고 발표한 것. 그러나 당시 교육부는 기여입학제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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