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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 대학의 외모지상주의
학이사 : 대학의 외모지상주의
  • 이상돈 이화여대
  • 승인 2005.06.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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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이화여대/환경생태학)

생물의 세계에는 암수가 짝짓기를 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sexy-son 가설, 핸디캡 가설, 현혹 가설 등이 있다. 이런 이론들의 공통점은 다윈이 설명한 자연선택설을 바탕으로 하여 좋은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는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생활을 위한 활력도 높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수컷의 화려한 깃털이나 길고 아름다운 꼬리는 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하여 발달된 것이며, 암컷은 또한 이처럼 눈에 띄는 특징을 갖는 자손을 많이 생산하고자 전략적으로 그런 수컷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어 속담에 당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라(If you've got it, flaunt it)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갖는 육체적 매력이 있으면 이를 자랑하여 이성의 눈에 띄도록 하라는 말이다.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은 일반적으로 기생충에 대하여서나 병원체에 대한 면역체계가 더 강한 특징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제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긴 꼬리를 갖는 종은 남성호르몬(testosterone)의 분비가 활발하며 이는 외부의 기생물질에 대한 면역체계도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려한 몸의 치장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화려하고 현란하여 배우자의 눈에 잘 띄게 하는 깃털이나 길고 화려한 꼬리는 또한 천적인 포식자의 위협에 노출되게 하는 약점이기도 하여 쉽게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길고 화려한 꼬리는 움직임을 둔하게 하여 포식자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외모는 배우자를 유혹하여 짝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장점으로 인하여 진화적인 우위를 점해 왔다는 것이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수컷의 전략은 장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컷 중 일부 동물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먹이 흉내를 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금쟁이는 먹이의 위치를 알리는 수표면의 파동을 강제적으로 일으켜서 암컷을 접근하게 하고 짝짓기에 성공하게 된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이러한 다양한 전략은 생물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동물 세계와 마찬가지로 외모에 치중하고자 하는 사례가 대학가에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외모에 치중하여 이성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며 사회생활에서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으로 외모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쁘니까 용서해준다’, ‘성질 못된 것은 참아도 못생긴 건 못 참는다’는 말에서부터 강도짓을 하더라도 얼굴이 예뻐서 용서 받은 여자를 가리키는 ‘강도 얼짱’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외모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가의 성형 열풍은 경쟁이 심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남보다 우위를 점하고 싶은 열망의 한 단면일 것이다. 요즘은 졸업반 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 찍기가 한창이다. 자신의 외모를 보다 잘 들어내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수백만 원의 화장비와 의상비를 지출한다고 한다. 비단 여학생들 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이와 같은 외모지상주의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성형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반듯한 외모는 동물의 세계에서 활용되는 배우자 선택의 전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동물이 아름다운 외모를 갖는 수컷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것은 배우자의 우수한 유전자와 면역체계를 자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까닭인데 대하여, 우리 사회의 성형 열풍은 자신의 내면을 통해 얻어지는 삶에 대한 성찰, 전문지식의 습득을 통해 경쟁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라 외모에 손질을 가함으로써 편리하게 삶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약삭빠른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여! 외모를 고쳐 얻어지는 경쟁력의 우위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고 말지만 자신의 내면에 투자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데 쌓은 노력의 성과는 인생의 승리자가 되기 위한 최고 경쟁력을 선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는 젊은 날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이상돈/이화여대· 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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