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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에 연구비가 있는가
대학정론: 대학에 연구비가 있는가
  • 박홍이 연세대
  • 승인 2005.06.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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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심사에 참석한 필자는 연구비를 수혜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낮은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열다섯 개의 연구제안서 중에서 한편만이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현재의 연구비 수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학교의 기초연구는 그 연구자 하나하나가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아서 계속적으로 연구비가 마련되지 않으면, 수만 개의 연구용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우리나라의 내일에 대한 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리는 IMF 당시에 우리가 얼마나 다양성을 갖추지 못해서 힘없이 쓰러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지 않았는가? 안일한 방법으로 살아온 어제가 IMF라는 충격에 힘없이 쓰러진 근본은 우리가 다양한 방면에 깊은 연구능력을 갖추었다면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IMF 이후에도 우리는 다양성을 갖추기 보다는 더욱더 안일한 방법으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능력 있는 젊은이가 고시촌에 몰리는 오늘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귀중한 삶을 로또복권을 사는 것 마냥 고시에 열광하는 이 땅의 젊은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내일의 희망을 버려야 한다.

많은 능력 있는 젊은이가 나름의 능력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연구용 공장이 하루 24시간 돌아가야 하고, 그 연구의 결과가 연구하는 연구 인력의 몫으로, 그들의 삶에 활력을 주어야 한다. 연구비가 큰 묶음의 돈으로 특정한 목적의 연구에 쓰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대학에 있는 작은 연구용 공장이 함께 돌아갈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우리 모두가 만들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참담한 패배의 장으로 마감하리라.

1980년도 중반에 시작한 기초과학 연구비는 이 땅의 모든 대학 연구용 공장을 돌아가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15년 정도 운영된 후에는 또 다른 모양으로 변하고, 큰 뭉칫돈은 큰 연구그룹에 몰려서 작은 연구용 공장은 현재 고사 직전이다. 이 모든 일이 나라를 위한다는 위정자의 무식하고 원칙이 없는 정치의 소산이다.

우리는 기초연구를 위한 연구비 마련에 국민 모두가 혼신의 힘을 합쳐야만 가능하다. 모든 기초 연구비로 대학교의 기초 연구 공장이 제대로 작동되면, 박사학위를 끝낸 학생이 평생직장을 마련하지 못해도 박사 후 연구원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기본연구를 하는 연구공장인 대학교의 연구가 활발하게 돌아갈 때에는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우리는 내일에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다.   

박홍이 / 논설위원․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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