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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재정 연계평가 … 대학 통제 우려
행·재정 연계평가 … 대학 통제 우려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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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교육부 한국고등교육평가원 설치법안 입법 예고

십여 년간 논의만 무성했던 한국고등교육평가원(이하 평가원) 설치가 법률안 입법예고로 구체화됨에 따라, 대학과 학문분야에 대한 평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산하의 평가원인데다 평가 결과를 행·재정정책과 적극 연계할 방침이어서, 대학에 대한 교육부 통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지난 10일 고등교육평가 총괄기구인 평가원을 설치한다는 내용의 ‘고등교육평가에관한법률 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법률안에 따르면, 평가원은 정부출연기관으로 특수법인의 성격을 지니며, 경제·시민단체, 대학 총·학장협의체, 정부 등의 추천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사업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사업으로는 △대학 기관 평가 △학문분야 평가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 △학문분야 평가전문기관의 평가·인증 △고등교육평가 관련 자료 개발 및 DB 구축 등을 담당하게 된다. 지금까지 대교협이 평가·관리를 평가원이 맡게 된 것.

대학종합평가의 경우 내년에 2주기가 끝나는 대로 대교협에서 평가원으로 업무가 넘어간다. 학문분야 평가의 경우는 평가원이 학문분야별 공모과정을 통해 여러 평가전문기관 중의 한곳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특히 학문분야 평가는 평가원의 인증을 받으면 평가기관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교협을 비롯해 한국공학교육인증원,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간호평가원,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외국의 평가기관, 삼성경제연구소, 언론기관 등 전문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다.

대교협은 대학종합평가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학문분야 평가 사업도 타 평가기관과 경쟁하게 된 셈. 20여년 간 대학 평가를 전담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대교협 등 대학협의체에 의한 평가는 신뢰성·타당성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라면서 “전문성을 겸비한 체계적 평가시스템으로서의 기능도 미약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학의 규모, 지역적 특성 등이 고려되지 않은 획일적 평가, 투입 위주의 정량 평가로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됐으며, 국제수준 이하의 평가기준으로 결과의 국제적 통용성에 한계가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출연기관인 평가원이 교육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경우, 교육부가 대학을 통제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교육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학평가총괄기구가 평가라는 정책수단을 통해 정책을 유도하거나, 자율성을 침해할 수도 있다.

법률안에 따르면 평가원은 정관변경에서부터 사업계획서 제출까지 교육부의 통솔을 받을 뿐 아니라,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의 계약을 맺게 돼 있다. 또 교육부가 표면상 평가 참여를 대학 자율에 맡겼지만, 평가 결과를 행·재정 정책과 연계함으로써 대학들이 평가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평가원이 또 하나의 관료조직으로서 옥상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사와 대학평가위원회 구성원들이 상근직이 아닐 경우, 각 사안에 대한 전문적 숙지가 어렵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식적·의례적 모임으로 변질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퇴직관료나 대통령 측근의 낙하산 인사 등을 배제할 수도 없다.

평가원이 설치되면, 대학에 대한 평가가 국가관리 시스템 속에 포함되는 것이 사실. 대학의 측면에서 보면, 기존보다 평가 관리·활용이 강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대학 종합평가와 학문분야 평가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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