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20:40 (화)
모집단위 대폭 조정…기초학문붕괴 가속화
모집단위 대폭 조정…기초학문붕괴 가속화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6.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6-12 16:50:47
대학들이 2002학년도 모집단위를 조정하면서 학문의 유사성은 고려하지 않고 모집단위를 광역화하고 있어 기초학문붕괴 우려와 학내 갈등을 낳고 있다. 최근 각 대학이 교육부에 제출한 모집단위 조정안에 따르면 학문간 연계성이 전혀 없는 전공마저 한데 묶어 학부제의 취지인 유사학문 통합의 의미가 퇴색됐다.

서울대는 내년부터 사범대와 예체능계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학의 모집단위를 하나로 묶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따로 신입생을 모집하던 독어독문학과, 영어영문학과, 철학과, 종교학과 등으로 구성된 인문계학과군이 내년부터는 인문대학을 하나의 모집단위로 해서 신입생을 받게 된다. 정치학과, 경제학부, 인류학과, 언론정보학과 등 9개학과도 내년부터는 사회과학대 한 단위로 뽑는다.

고려대에서는 광역화과정에서 인문과 자연계열의 구분마저 무시했다. 생명환경과학대학의 식품자연경제학과는 올해까지 인문계열로 신입생을 모집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모집단위를 단과대학으로 일원화함에 따라 이과출신을 선발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학과교수와 학생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균관대도 최근 유학·동양학부, 어문학부, 인문학부, 생활과학부를 통합하여 인문대학을 설치하고, 자연과학부와 생명공학부를 통합하여 자연과학대학을 설치하는 ‘학부학사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영어영문학과, 사학과, 철학과와 의상학과가 하나의 모집단위로 묶인다.

대학들이 모집단위를 이처럼 광역화하자 학내에서는 전공선택권 박탈과 인문학기초과학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영남대 등 모집단위를 광역화한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요구나, 학교가 자발적으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과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대학들의 입장도 진퇴양난. 김인환 고려대 교무처장(국어국문학과)은 지난 5일 총학생회가 주최한 ‘모집단위 광역화 공청회에’서 “조정된 모집단위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부의 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