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사회학 분야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학문분야 평가가 교수들과 대교협의 의견 차이로 평가 편람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대교협은 학문분야 평가를 위탁한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마저 대교협 평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국고등교육평가원’ 설치를 추진함에 따라, 평가시스템 전반에 대한 자체 점검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3면>

‘심리학 분야 평가편람개발위원회(이하 심리학편람개발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심리학회 위촉 인사 5명으로 구성된 심리학편람개발위는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편람을 개발해 대교협에 제시했지만, 이 편람을 대교협이 받아들이지 않아 평가가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심리학편람개발위는 “학과마다 처해 있는 여건이 다르고, 지향하는 교육목표가 다르며, 추구하는 발전 목표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잣대에 의한 상대평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면서 ‘형성평가’를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형성평가’는 각 학과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교육목표와 발전계획에 비추어 현재 얼마만큼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으로 바뀔 경우, 타 대학과의 비교가 가능하지 않고, 일렬로 순위를 매길 수도 없다.

대교협은 이 편람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영기 대교협 평가지원부장은 “자가 진단하고자 평가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평가지원부장은 “심리학 분야에서 작성한 편람은 그 학과의 교육·연구 여건이 일정 정도의 수준을 갖추었는지 평가하고자 하는 대교협 학문분야 평가인정제의 취지에 맞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대교협은 학문분야별로 공통된 평가 항목을 통해 각 대학의 교육·연구 등의 여건을 평가하고, 등급과 순위를 발표해왔다.

일찌감치 한국사회학회 차원에서 평가 거부 의사를 밝혔던 사회학 분야는 지난 4월 학회가 공식적으로 재차 평가 불참을 밝힌 이후, 대교협과 합의하지 못해 평가편람개발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람 개발 자체도 불투명해, 평가 자체가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 10일 한국고등교육평가원(이하 평가원)을 설치한다는 내용의 ‘고등교육평가에관한법률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기존에 대교협이 맡고 있던 대학종합평가와 학문분야 평가를 앞으로 평가원이 전부 관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에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한국고등교육평가원은 내년 상반기중으로 설립될 예정. 평가원은 고등교육 기관·대학종합평가, 학문분야 평가,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 평가전문기관 평가·인증 등의 사업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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