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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분야案 대교협 거부 …‘서열화’두고 갈등
심리학 분야案 대교협 거부 …‘서열화’두고 갈등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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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대교협 학문분야 평가 표류 - 사회학회 평가 거부 의사

심리학·사회학 분야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학문분야 평가가 표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평가가 실시될 지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대교협에 따르면, 동양문학, 약학, 체육학, 국어국문학, 농학, 수의학 등 6개 분야는 평가 편람·기준을 개발해 각 대학들에 공시했지만, 심리학·사회학 분야는 평가 편람·기준조차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학계와 대교협이 대립각만을 세우게 될 경우, 이 분야의 평가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심리학 분야는 편람 초안을 마련하고서도, 해당 분야 교수들과 대교협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잠정적으로 평가사업이 중단된 상태. 심리학분야 평가편람개발위원회(이하 심리학편람개발위)가 편람 초안을 만들어 대교협에 제시했지만, 대교협이 이 편람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가방식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가 너무도 커, 시간이 흘러도 합일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식차가 가장 큰 지점은 ‘서열화’ 부분. 심리학편람개발위에서는 각 대학 학과들이 저마다 다른 교육목표와 발전계획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렬로 서열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교협에서는 서열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공통된 기준을 근거로 평가해야 각 학과가 처한 교육·연구 여건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학계, 대안으로 ‘형성평가’ 제안
심리학와 대교협 양쪽 모두 동일하게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에, 의견 대립도 첨예하다. 특이할만한 점은 각종 심리평가 등 학문 분야 특성상 ‘평가’를 다뤄왔던 심리학 분야의 교수들이 ‘형성평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 전문가적 식견으로 봤을 때 심리학 분야는 ‘형성평가’가 가장 적절한 평가라고 주장했다.

신현정 심리학편람개발위 위원장은 “학과의 발전목표 와 국가의 발전전략에 비추어 무엇이 부족한지, 개선을 위해선 무엇을 지원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피드백해줄 수 있는 형성평가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학과마다 처해있는 여건이 다르고, 지향하는 교육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에 의한 상대평가는 가능하지도, 의미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가령, 동일한 크기의 실험실습 공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학과의 교육목표와 발전계획에 따라 ㄱ대학은 A이고, ㄴ대학은 D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평가항목도 “교육과정이 각 학과가 정한 자체 교육목표와 발전계획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등 학과 자체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대교협, ‘형성평가’는 자가진단에 불과
심리학 분야 학과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이순묵 성균관대 교수는 “평가 당해연도에 와서 기준이 설정되는 것부터 학문분야의 수월성 제고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자원부족, 자체 역량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별 학과를 비교하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이자, 고통스러운 이벤트일 뿐이다”라며 대교협 평가를 비판했다.

반면 대교협에서는 심리학 분야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연구중심·교육중심 등 유형별, 규모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게끔 편람·기준을 만들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애초에 대학별 동일 학과에 대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이영기 대교협 평가지원부장은 “평가인정제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수용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 정도의 수준을 돼야 인정한다’라는 판단을 전제로 객관적 척도를 통해 평가하는 방식이 ‘평가인정제’라고 한다면, 심리학 분야에서 만들어진 편람 초안은 자가진단에 머무를 뿐, ‘평가인정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 부장은 “대학이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평가인정제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학문 분야 평가에서 대학들이 거의 대부분 ‘인정’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한다면, 대교협이 ‘평가인정제’의 인정 여부보다 교수·교육여건 및 지원체제 등의 평가영역별 등급·순위 공개에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이 무리하게 동일 잣대로 학과들을 줄세운다는 지적이 가능한 부분이다. 언론 등으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 해당 대학과 학과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심리학 분야가 평가 방식의 ‘타당성’을 놓고 대교협과 정면 대결하고 있다면, 사회학 분야는 한국사회학회가 학회 차원에서 지난 4월 대교협에 평가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에서 편람·기준 개발위원회 위원을 위촉하지 않자, 대교협이 더 이상 평가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 이는 그 동안 형식적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모든 학문 분야 평가에서 편람 및 기준 개발을 해당 학문 분야의 교수들이 담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 분야의 학문 분야 평가의 시행 여부는 오는 17~18일 충남대에서 열리는 전기사회학대회에서 명료해질 전망.

대교협이 지난 2003년 경제학·물리학·문헌정보학 분야에 이어 이번 심리학·사회학 분야에 있어서도 평가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예산 사용의 비효율성, 평가수행 및 위기관리 능력 부족 등 교육부·국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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