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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사립학교법, 이번만은 꼭 개정해야
[교수논평] 사립학교법, 이번만은 꼭 개정해야
  • 정영철 / 순천대
  • 승인 200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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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1000km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며

▲정영철 / 순천대 생명과학전공 ©
지난 6월 1일부터 순천에서 출발한 1000km 대장정에 일부 구간에 참여하면서 아직 우리 대학이 넘어야만 하는 산들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장정의 슬로건인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의 문제만 하더라도 지난한 역사성을 안고 있다. 또한 올바른 대학개혁의 과제는 더욱 지난한 문제이다.

왜 대학의 교수들이 1학기의 강의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1000km의 대장정에 나서야 하는가, 하는 현실에 가슴 저려 온다. 순천대의 본관 앞에서 교수, 학생, 직원들이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플래카드를 펼치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아직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고 교수들이 어색한 자세로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외쳐야만 하는 현실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즈음에서 우리 교육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학교가 부패와 전근대적인 재단 전횡으로 교육현장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곱씹어야 한다. 일반 사회에서 부정, 부패가 발생해도 작은 문제가 아닌데 하물며 교육의 장에서 사학비리가 방치된다는 것은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황폐화된 우리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사립학교의 고질적인 문제를 이제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사립학교를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바꾸어내기 위한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비용은 학생이 부담하고, 수익은 이사회가 독점하는 부정부패의 온상으로서 반복되는 사학분규는 최근 5년간 38개 사립대가 2천18억을 횡령했다는 수치를 남겼다. 또, 올해 사학비리가 밝혀진 동해대는 4백28억을 횡령했고, 경기대, 대구외대, 대구테크노대 등에서 각종 사학비리가 봇물 쏟아지듯 터져나왔다. 또한 대학구성원들의 학교운영 참여 배제, 열악한 교육환경과 학습권 침해와 대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공익재산을 사유화, 교육을 상품화, 시장 논리를 억지로 적용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1/3을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구성하고, 비리에 연루된 임원과 학교의장 10년간 복귀 금지하며. 친인척 이사의 비율을 1/5로 제한하며, 대학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와 교수협의회의 법제화시키고,비리·재단전횡등 문제 사학에 대한 임시이사파견의 요건을 확대하는 공익 이사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공교육기관으로서 출발했고, 학교 운영비의 거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과 국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이사제도는 당연하다. 또한 사립학교는 사회에 공여한 기여 재산으로, 일반 공익법인처럼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한다. 따라서 사회의 공적자산이고 국민의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사장의 수족만으로 구성된 형식적인 사립학교 이사회가 아니라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이사회를 만들 공익이사제도를 도입해서 족벌운영에 의한 학교의 사유화,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운영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 또한 학교발전의 책임을 나눔으로 사립학교의 열악한 현실을 타개하는데 있어 공익이사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지원을 받는 전체 사립학교에 대해서 교육당국과 공익단체가 추천하는 공영이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학교법인이 사회구성 정수의 1/3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해당학교 학부모,·교직원단체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충당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더욱이 사립학교 공익이사제도 도입은 이미 1999년 8월 임시국회 때 국회교육위원회에 교육부 제출개정안으로 제출된 적이 있었으나, 사립학교법이 개악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배제된 적도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비리당사자의 학교복귀를 금지시키고 사립학교 학교운영위 의결기구화도 6월 임시 국회에서 당연히 통과시켜만 할 과제이다.

연구실 노트북 앞에서 원고를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부산에서 출발한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 교수단과 순천에서 출발한 올바른 대학 개혁 교수단 그리고 동해에서 출발한 학원 민주화 교수단의 1000km 대장정의 대열은 지금도 꾸준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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